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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성주의

기사입력 2022.08.22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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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가 불평등 해결에 앞장서야...

    [칼럼=열린정책뉴스] 지난달 말 이재명 의원은 저학력, 저소득층에 국민의 힘 지지자가 많고 고학력, 고소득자, 소위 부자라고 하는 사람 중에서는 민주당 지지자가 더 많다고 말하여 논란을 빚었다. 

     

    이 의원은 이 말을 한 배경으로 동아시아연구원(EAI)의 설문조사 분석 내용을 소개했고, 원인으로 언론 탓을 하였다. 그러자 민주당 당 대표 후보로 나선 박용진, 강훈식 의원도 오만한 발언이고 저소득층을 폄하하고 좌표찍기를 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하였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앞뒤 문맥을 왜곡한 정치공세라며 대기업 법인세를 깎고 서민 일자리 예산을 삭감하는 정당을 지지하는 것이 아쉽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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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종 열린정책뉴스 논설위원

     

    이 의원이 링크한 EAI 기사를 보면, 블루칼라 층에서 이 후보가 42.3% 대 53.9%로 윤석열 후보에게 패배했다. 이 후보가 패배한 것은 문 정부 5년 동안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제 등으로 빈부격차가 커지고 하층 노동자와 자영업자 삶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 정책의 실패로 인하여 사회적 약자들이 더 힘들어지게 되었고, 대장동 특혜의혹과 배우자 법인카드 사용 이슈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 언행은 내 탓은 반성하지 않고 남 탓으로 서민과 부자를 갈라치고 국민통합에 역행하는 반지성이다. 


    정치에서 학력 간 균열 현상은 미국, 영국, 프랑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2016년 미국의 비 대졸자 백인의 삼분의 이가 도널드 트럼프에게 투표했고, 힐러리 클린턴은 고학력자 표의 70 퍼센트를 얻었다. 20세기 대부분 좌파 정당들은 저학력자의 지지를 얻고 우파 정당들은 고학력자의 지지를 얻어왔다. 그러나 오늘날 능력주의 시대에 이르러 이 패턴은 역전되었다고 한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이와 같은 역전 현상이 미국, 영국, 프랑스 등에서 비슷하게 나타난다고 말한다.


    1940∼1970년대 미국에서 대학학위가 없는 사람들은 민주당에 투표했다. 이들 비 학위자들은 영국에서는 노동당, 프랑스에서는 중도좌파 정당들에 투표했다. 1980∼1990년대 학력 간 균열은 좁혀졌고, 2000∼2010년대 좌파 정당들은 비 대졸자의 지지를 잃었다. 보통 부유한 유권자들은 여전히 우파 정당을 지지하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2018년 미국 총선에서 비 대졸자 백인 유권자의 61%가 공화당에 투표했고 민주당에서는 37%만이 표를 던졌다. 영국에서 노동당의 지지기반이 비슷하게 이동 중이다. 1980년대 초 노동당 하원의원 삼분의 일 정도가 노동계급 출신이었지만 2010년 그 비중은 열 중의 하나가 채 안 되고, 저 학력 유권자들의 투표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비슷한 학력 간 균열 현상이 나타났다. 1980년대 고학력 엘리트는 사회당과 좌파 정당을 지지하였고 비 대졸자는 등을 돌렸다. 1950∼1960년대 좌파 정당이란 노동계급의 정당이었다. 비 대졸자가 좌파 정당에 투표하는 비율은 대졸자보다 20% 정도 높았다. 1980년에는 격차가 좁아졌고 2010년에는 역전되었다. 이제 대졸자가 좌파 정당 지지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비 대졸자보다 10% 높다. 30% 수치가 역전된 것이다.


    리처드 호프스태터는 1960년대 「미국의 반지성주의」를 저술하였다. 그는 미국의 종교, 정치, 문화, 교육 등에서 반지성주의를 밝히고 있다. 초기 청교도 목사들은 지성주의자였고 예일, 하바드, 프린스턴 대학 등을 세웠다. 그러나 복음주의가 등장하면서 학식을 경멸하고 성령의 힘에 의존하는 열광적인 신앙표현이 성행하였다. 복음주의자들은 진화론을 비판하고 이에 대해 교육 반대 현상까지 보였다. 반지성주의는 2010년 퓨리서치센터의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났다. 미국인의 41%가 2050년 재림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고 5천만 명에 달하는 복음주의 신자가 휴거를 믿었다.


    정치에서 반지성주의는 매카시즘, 엽관제, 실적제가 언급된다. 매카시즘은 극단적인 반공사상과 정치공작, 대중 조작 행위로 당시 광풍을 일으켰다. 젝슨 대통령에 의해 도입된 엽관제는 지식층과 중앙집권제에 대한 혐오를 바탕으로 공직은 누구나 수행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하고 민주성을 도입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행정의 전문화와 실적제의 요구에 따라 밀려나고 전문가주의, 실적제가 정착된다. 기업과 농업에서도 반지성주의가 등장한다. 지식인들은 수십 년 동안 기업을 지성의 숙적으로 낙인찍어 왔다. 직접 농사를 짓는 자영농은 농업개량에 분노했고 농과대학 설립도 반대했다. 교육도 예외는 아니다. 교과서에서는 머리의 미덕보다는 마음의 미덕을 칭송했다. 교사의 대우가 영국이나 유럽보다 뒤떨어지고 교사의 질도 좋은 편이 아니었다. 교육을 학문적 성취 위주로 운영하기보다는 생활 적응을 중요시하였다.


    호프스태터가 트럼프 대통령의 편 가르기와 포퓰리즘 정치를 목격하였다면 당연히 반지성주의의 강력한 주제로 올렸을 것이다. 오늘날 미국의 반지성주의와 극우 보수주의 정치는 단단히 결합하였다고 평가한다. 저자는 평등주의와 민주주의의 열정으로 지식인을 공격할 경우 대중에게 불리한 결과가 따른다고 경고한다. 


    반지성주의는 과학과 지성, 전문성을 무시하고 대중의 욕구에 지나치게 영합하는 것이다. 토마 피케티는 좌파 정당들이 노동 정당에서 지식 계급, 전문 직업인 정당으로 탈바꿈한 것은 그들이 지난 수십 년 동안 불평등 증가에 대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저학력과 저소득층은 죄가 없다. 

     

    정치가 불평등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 반지성주의, 포퓰리즘은 경계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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