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상세페이지

스토킹 살인에 불안한 시민

기사입력 2022.09.29 12:07

SNS 공유하기

fa tw gp
  • ba
  • ka ks url
    피해 예방 업그레이드 계기 되어야...

    [칼럼=열린정책뉴스] 지난 14일 서울 신당동 지하철 여자 화장실에서 3년여간 스토킹 협박을 당하여 오던 서울 교통공사소속 신당역 근무자 A 씨(28)가 역내 화장실에서 흉기로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 사건 피의자인 전주환(31)은 2018년 서울 교통공사에 A 씨와 함께 입사한 직원으로 알려졌고, 지난 3년여간 300여 차례가 넘는 전화·문자 메시지를 남기면서 A 씨와 만남을 요구하였다. 작년 하반기부터는 전 씨는 A 씨 관련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였고, A 씨는 작년 10월 전 씨를 협박 혐의로 고소했다. 당시 경찰은 전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였지만, 법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도주할 우려가 없다고 영장을 기각하였다.


    20220915121347_c7ebe8b8aef99d33b15d621606277914_ulc0.jpg
    이병종 열린정책뉴스 논설위원

     

    그런 가운데 전 씨의 스토킹은 멈추지 않았고, 이에 견디지 못한 A 씨는 지난 1월 전 씨를 다시 고소해야 했다. 검찰은 전 씨에게 징역 9년을 구형했고, 전 씨는 15일 1심 선고를 앞둔 상태에서 A 씨를 살해했다. 전 씨는 형량을 줄이기 위해 계속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해왔으나 이것이 받아들이지 않자 보복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서울 교통공사도 이 사건에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난다. 전 씨가 직위해제인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공사 내부 전산망에 접속해 피해자 A 씨의 근무 정보를 확인하고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내부 전산망 관리 소홀이 문제 되고 있다. 또한, 신당역 피해자 분향소를 설치하면서 피해자의 실명이 적힌 위패를 공개하여 피해자를 두 번 죽였다는 질타도 받는다.


    신당동 스토킹 살인 사건은 사회적 충격과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실제 상당수 여성이 일상생활에서 데이트 폭력, 가정 폭력 등으로 신변의 위협을 경험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이 발생하여 분노를 더 키운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소극적으로 대처하였고, 법원도 피해자 보호에 미흡했다. 스토킹 처벌법이 반의사불벌죄 적용이 안 되다 보니 피의자가 이점을 악용했다는 점에서 제도적 대처가 미흡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A 씨를 살릴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다. A씨가 도움을 받고 싶다고 첫 고소를 하였는데 영장이 기각되었다. 법원은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를 말하였지만, 전 씨가 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2차 고소를 할 당시에도 경찰은 1차에서 영장이 기각된 상태라 추가로 영장을 청구하지 않았고, 피의자 전 씨가 피해자에게 연락하지 않겠다는 약속만 믿고 소극적으로 대처한 것이다. 수사 단계에서 피해자 신변 보호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 스토킹 처벌법에서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100m 접근 금지, 피해자 통신 접근 금지, 유치장·구치소 유치 등 잠정 조치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적극적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피의자 전 씨는 재판이 시작되면서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는 반의사불벌죄란 점을 악용해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면서 스토킹을 계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정부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아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스토킹에서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할 방침이라고 한다. 대법원도 영장 단계에서 조건부 석방제도가 필요하다는 점을 밝혔다. 조건부 석방제도는 구속 청구를 하지 않으면서 보증금 납부, 주거 제한, 제삼자 출석보증서, 전자장치 부착, 피해자 접근 금지 등의 조건을 붙이는 것을 말한다. 


    경찰은 피해 대책 수립을 위해 스토킹 피해 실태를 전수조사하겠다고 한다. 현재 진행 중인 스토킹 사건은 서울이 400여 건, 전국 1700여 건으로 알려졌다. 작년 10월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된 후 올해 8월 말까지 스토킹 혐의로 입건된 7152명 가운데 구속된 사람은 254명에 불과했다. 따라서 가해자의 안전만 내세우고 스토킹을 마치 경범죄 다루듯 하고 법원, 검찰, 경찰이 범죄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


    스토킹 처벌법은 미국이 1996년, 일본은 2000년, 그리고 우리나라는 2021.10.21. 시행되었다. 스토킹 범죄가 사람들의 관심을 끈 첫 사건은 미국 여배우 Rebecca Schaffer가 그녀를 추종하던 남성 팬에 의해 살해된 사건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 10월 탤런트 최진실 씨가 인터넷 스토킹으로 자살한 사건으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2022년 미국의 성폭력, 스토킹, 배우자 폭력 조사 보고서, NIVS(The National Intimate Partner and Sexual Violence Survey)는 스토킹 예방을 위해서는 초기 예방과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모든 사람이 스토킹에 대한 완전한 이해와 인식, 문제 해결 능력을 배양하도록 조치해야 한다. 스토킹 예방에 남성이 협력자가 되도록 동원한다. 모든 사회적 조직망에서 건전한 관계가 형성되도록 스토킹 기회 요인은 줄이고 스토킹 관련 프로그램과 정책을 수립함으로써 안전한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NIVS는 생애 기간 중 여성은 3명 중 1명, 남성은 6명 중 1명이 스토킹을 경험한다고 보고한다. 성인이 되어 처음으로 스토킹을 경험하는 비율은 여성이 약 24%, 남성이 19%이고, 여성 피해자 58%와 남성 피해자 49%는 25세 이전에 스토킹을 경험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성가족부의 ‘2021년 여성폭력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19세 여성 7000명 가운데 평생 스토킹 피해를 한 번이라도 경험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2.5%였다.


    스토킹의 일반 피해는 여성이 많으며, 피해 유형은 전화, 메일, 쫓아다니기, 위치 추적 등이며, 동기로는 보복, 통제, 정서 불안, 관심, 사랑 갈구 등이고, 피해자와 범죄자와의 관계는 아는 관계가 가장 많았다. 신당동 스토킹 살인 사건으로 시민들은 불안하다. 시민을 안심시키는 방법은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다. 범죄 예방은 예방을 최일선에서 담당하고 있는 경찰력을 최적으로 활용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피해자에 대한 신변 보호와 긴급 응급조치는 물론이고 스토킹 범죄에 대한 경찰 매뉴얼 대응 지침도 이번 기회에 재점검해야 한다. 스토킹 범죄에서 반의사불벌죄의 폐지와 조건부 석방제 시행도 조기 시행되어야 한다. 


    스토킹은 피해자의 신체적 안전에 대한 위험은 물론이고 정신적 스트레스, 우울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스토킹 범죄의 예방을 위해서는 모든 사람의 참여와 협력이 중요하다. 신당동 스토킹 살인 사건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스토킹 범죄에 대해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스토킹 범죄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얼마 전 법원은 모녀지간에도 스토킹 범죄를 인정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스토킹 범죄에 대한 대책과 대응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 


    backward top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