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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확보는 국가의 기본 책무

기사입력 2022.11.09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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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열린정책뉴스] 지난달 29일 핼러윈 행사 참여자 10만 이상의 인파가 서울 이태원에 모였고, 이 중 수천 명이 해밀톤 호텔 옆 좁은 골목길에서 연쇄적으로 뒤엉키는 사고가 발생해 4일 기준 156명이 사망하고 187명이 다치는 최악의 참사가 벌어졌다. 

     

    희생자 대부분이 10대에서 30대 젊은이들로 여성이 많았고, 미, 일, 중 등 외국인도 26명이 포함되어 국내외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번 참사는 정부 관련 부처 간 안전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고, 공무원 문화와 공직 윤리에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어 제도의 개선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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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종 열린정책뉴스 논설위원

     

    가장 핵심이 되는 주제는 이번 행사는 누구도 주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주최자 없이 많은 인파가 모였고 인근 소상공인과 참여 군중들의 자발적인 모임이었다. 책임 주최가 없다 보니 관계 기관들도 안일하게 대처하여 화를 키웠다. 서울시는 대책반·상황실 운영이 없었고, 용산구청은 방역, 행정지원, 시설물 관리에 집중했다. 경찰은 10만 명의 인파를 예측했고 137명의 경찰관을 투입하였으나 강력 사건 위주로 절도, 마약, 성범죄에 집중하였고 정작 중요한 경비 경찰은 투입하지 않았다. 


    오늘날 경찰이 혼자서 치안과 안전을 담당하기가 점점 어려운 환경이 된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공연 및 행사의 경우에는 주최자가 민간 경비를 활용하여 안전을 확보하고 경찰이 관리하는 방안이 실시 되어 왔으며, 행사 주최에 대한 수익자 부담 측면이 고려된 조치였다. 이번 이태원 사태는 행사 주최자가 없었다고 하지만 사고가 발생한 지역은 공적 공간인 도로이다.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고, 현장 CCTV로도 확인이 가능했던 상황이었는데 어떤 국가 기관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 


    경찰은 사고 4시간 전부터 압사당할 것 같다는 112 신고가 수차례 들어 왔는데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경찰의 112 신고 녹취록에 의하면, “대형사고 일보 직전” “아수라장이다” “통제해달라”는 절박한 호소가 11건 쏟아졌다고 한다. 서울청 112 치안종합실장은 상황실이 아닌 자기 사무실에 있다가 사고 발생 후 1시간 24분이 지나서야 첫 보고를 받았다. 112 지휘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 용산경찰서장은 사고 당일 9시 30분 위험하다는 보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발하였지만, 교통이 막혀 11시가 넘어 현장에 도착했다. 사고는 10시 15분쯤 발생했다. 용산경찰서장이 서둘러 현장에 도착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란 비판이 일어나는 이유이다. 


    보고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경찰 수뇌부가 언론보다 늦게 알았다. 용산경찰서장이 서울경찰청장에 보고한 시간은 23시 36분이었고, 경찰청장이 경찰청 상황담당관으로부터 전화로 보고받은 시각이 00시 14분이었다. 윤 대통령이 보고를 받은 것은 참사 46분 만에 소방으로부터였고, 행정안전부 장관은 행정안전 내부 알림 문자로 알았는데 참사 65분 만이었다. 보고 체계가 거꾸로 작동한 것이다. 소방도 참사 전날인 28일 오후 6시부터 나흘간 이 지역에 60명의 인원을 배치했고 당일 순찰 요원이 15명이었지만 참사보고는 없었고, 밤 10시 15분 119 신고를 통해서 사고를 확인했을 뿐이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이번 참사와 관련하여 용산경찰서장, 서울청 인사교육과장, 용산서 정보과장과 계장 등 경찰관 4명과 용산구청장과 용산소방서장 등 6명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이 전 서장은 업무상 과실치사상과 직무유기 혐의가 적용됐고, 류 전 과장에게는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했다.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정보계장은 직권남용·증거인멸,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를 받는다. 박 구청장과 최 서장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됐다. 


    주요 외신들은 코로나 19 방역 기준이 완화된 뒤 첫 핼러윈데이라 대규모 인파가 예상되었는데도 질서 유지를 위한 경찰이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일본 경찰은 폴리스라인을 만들어 경비업체와 함께 혼잡경비를 펼치면서 행인들을 관리 하였다. 홍콩 경찰은 도로를 통제하며 질서를 유지했다. 미국은 정부, 소방, 경찰 당국이 인파관리 매뉴얼에 따라 운영했다. 외국 경찰이 적극적으로 인파관리 한 것과 우리 경찰이 대응 조치한 것이 비교된다.

     

    역사에 만약이라는 전제는 허용되지 않지만, 관련 공무원들이 조금 더 책임의식을 가졌으면 최악의 참사는 더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E. H. 카는 「역사란 무었인가」에서 “역사란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하였다. 과거가 미래에 빛을 비춰주고 반면교사가 되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이번 참사가 안전으로 가는 길잡이, 등불이 되어야 한다. 

     

    이번 참사에서 관련 공무원들의 안전불감, 직무태만, 보고지연, 무사안일의 조직문화 그리고 책임의식이 없는 공직윤리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공무원들의 가치관, 태도, 의식 구조의 혁신이 필요하고 행정 문화의 변화가 요구된다. 또한, 공직 윤리는 공무원들이 지켜야 할 도덕적 규범이라는 측면에서 공무원의 국민에 대한 책임의식과 사명감이 한층 고양되어야 한다.


    국가의 기본 책무는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을 보호하고 질서를 유지하고 안전을 관리하는 것이다. 행사 주최자가 없어서 통제가 안 되었다는 말에 국민은 동의할 수 없다. 행사 주최자가 없고 많은 인파가 몰려 안전사고 위험이 있을 때는 국가가 더더욱 앞장서서 관리해야 한다. 지자체, 경찰, 소방 등 국가 관련 기관이 협력하여 시민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규정을 매뉴얼화 해야 한다. 아울러 행정조직 문화의 혁신과 공직윤리의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참사를 추모한다면서 이번 사태를 정쟁화해서는 안 된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국가 안전시스템을 확고히 하는 제도 개선의 기회가 되어야 하고, 국민이 함께 뭉쳐 재난 극복에 힘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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