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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이냐 부활이냐...

기사입력 2023.01.09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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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사회, 갈등을 넘어 국민 통합으로 나아가야!

    [칼럼=열린정책뉴스] 조선일보가 지난 12월 26∼27일 1022명을 대상으로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한 신년 특집 여론조사가 발표되었다. 우리 국민 10명 중 4명은 정치적 성향이 다른 사람과는 식사, 술자리를 같이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한다. 무려 국민 40%에 달한다. 그동안 양극화 문제는 부자와 가난한 자의 경제적 영역이었으나 지금은 ‘하나의 나라, 두쪽 난 국민’이 되어 정치적 양극화가 일상까지 밀려들었다. 정부의 코로나 방역 대응 이슈에 대해서 국민의 힘 지지층에선 10명 중 9명이 긍정하는 반면 민주당 지지층에선 10명 중 3명에 그쳤다. 이것은 지난해 문 정부 때 조사 결과와 정반대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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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종 열린정책뉴스 논설위원

      

    반도체에 행정·세제 지원을 해주는 ‘반도체 투자 세액 공제 특별법’에 대해서도 여당 지지자는 76%가 찬성하고, 야당 지지자는 56%가 반대했다. 이 법안은 사실 문 정부 때부터 추진되어왔지만, 민주당은 재벌 특혜, 지방차별이라는 이유로 반대하였다. 20대 절반은 지지 정당이 다른 사람과는 연애·결혼도 힘들다고 답했고,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는 본인 또는 자녀 결혼에 불편하다는 응답이 43.6%에 달했다. 가족 친구도 이념에 따라 갈라져 39%가 정치 문제로 다툰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국회의 정치 분단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여야 국회의원이 지방 자치단체로 국감을 가도 밥을 따로 먹었다. 여야가 함께 공동으로 법안을 발의한 것은 지난달 5%뿐이다. 따로국밥이다. 행정연구원이 지난 30년간 여야 지지층 사이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를 분석한 결과 김영삼 39% 포인트, 김대중 48% 포인트, 노무현 62% 포인트, 문재인 85% 포인트로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지지층 사이에 평가 편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 갈등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 국민 3명 중 2명은 자기와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들은 객관적 증거를 제시해도 생각을 바꾸지 않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팩트가 아니라 우리 편이냐 아니냐가 판단 잣대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청담동 술자리 의혹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의혹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장관이 그 술자리에 참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목격 당사자가 경찰에서 거짓이라고 시인했는데도, 민주당 지지층 70%는 여전히 청담동 술자리가 사실이라고 믿었다. 이재명 대표의 소년원 복역 건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대선 전 이재명 대표가 소년원에 들어간 적이 있다는 내용이 퍼졌고, 검찰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는데도 국민의 힘 지지층 43%가 사실일 것이라고 답했다. 이 같은 현상은 국민 절반이 정치적 유튜브를 매일 한 편 이상 본다는 조사 결과와 함께 극단 유튜버가 정치 양극화를 키운다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여야 의원들도 상대편이면 작은 흠도 악마 화하고 상대를 적으로 간주하고 혐오하는 상황에 이르렷다. 국민 분열과 사회 통합 실패는 정치인과 지지 국민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사회 통합과 국민 통합의 일차적 책임은 정치권에 있다. 정치가 혐오를 부추기면서 지지층만 바라보는 정치 행태는 반드시 고쳐야 한다. 정치인은 사회 내의 의견 차이를 화해시키고 조정하는 기능이 우선이어야 한다. 국가와 사회에 봉사하는 데 온 힘을 다하고 국가와 사회 체제를 보존하는 것이 임무이다. 사익, 파당이 아니고 국익과 공익을 우선해야 한다. 상식과 법치가 통하는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 책무이다. 이를 수행하기 위해 정치인의 덕망과 인품이 갖춰져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알베르 카뮈는 「페스트」에서 부조리한 세상에서 사람답게 살아감을 일깨워준다. 카뮈는 사람은 제각기 자신 속에 페스트를 지니고 스스로 갇혀 죽어간다고 말한다. 나를 꼭 가둔 체 미지의 세계로 나가지 못하도록 내 발목을 잡는 것은 모두가 페스트다. 정치적 진영논리, 종교적 독선, 편견, 고정 관념 등이 바로 페스트이다. 이런 페스트를 넘어 진정한 인간으로 거듭나는 것이 시민 정신의 자각이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가 있다. 어른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정해진 대로 사물과 세계를 본다. 그러나 어린이는 상자 속에 양을 발견할 수도 있고, 보아 뱀의 배 안에 코끼리를 넣을 수도 있다. 세계와 사물을 보이는 대로 본다. 정해진 마음으로 자신의 프레임 창으로 보는 사람은 진실을 파악하지 못한다.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노자는 가장 좋은 선을 물이라고 했다. “물은 다투지 않으면서 능히 만물을 이롭게 하고 어떤 것과도 다투지 않는다. 물은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머문다.” 새해 정치가 물과 같이 되기를.


    오늘 우리 국가와 사회는 위기의 시대에 놓여 있다. 하나의 나라에 두쪽 난 국민이 큰 문제이지만, 국내외 상황은 더욱 엄중하기만 하다. 북한은 핵무장으로 갈수록 강도 높게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밖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끝나지 않고 세계 경제와 정치를 곤경에 빠지게 한다. 미-중 사이의 패권 경쟁은 세계를 더욱 블록화하고 글로벌 경제는 후퇴하고 있다. 우리는 수출이 국가 경제의 버팀목인데 수출 시장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을 1.6%로 내다보고 있지만, 상황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인플레이션, 금리가 치솟아 서민 경제는 더 힘들어지고 있고, 코로나 팬데믹은 아직도 멈추지 않고 있다. 


    정치가 국가와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일은 끝내야 한다. 정치인의 자질, 능력, 역할이 미달인 사람, 특히 국민 통합을 해치는 사람은 정치 무대에서 퇴장해야 마땅하다. 정치인의 역량과 책임이 가장 크지만, 국민도 각성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이 두쪽으로 갈라져 이대로 질주한다면 결국 파국이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밀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국민 대통합 부활! 시작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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