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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기사입력 2023.02.19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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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한다.

    [칼럼=열린정책뉴스] 마약은 신비로운 물질이다.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기도 하고 멀쩡한 사람이 순식간에 파멸에 이르기도 한다. 질병과 고통을 덜어주기도 하고, 불행과 파멸을 안겨주기도 한다. 중독·도취 열망으로 보면, 마약은 기아, 갈증, 섹스 다음의 본능적 욕구라고 한다. 국내에서 마약 사용 시기는 중국의 아편전쟁(1840∼1842) 이후 국내에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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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종 열린정책뉴스 논설위원

      

    마약이 국내에서 사회문제가 된 것은 해방 후 교포들이 귀국하면서 아편 중독자들이 들어오고, 6.25 전쟁 부상자 치료로 모르핀 중독 사례가 늘고, 1960년대 월남전에 참전한 군인들이 마약을 밀반입한 때부터다. 1970년대에는 연예인과 대학생들이 미군 부대에서 빠져나온 마리화나를 흡연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1980년대 일본에서 유행하던 메스암페타민이 국내로 확산하였고, 청소년들 사이에 환각물질이 함유된 신나, 공업용 접착제를 흡인하는 행위가 유행하였다.


    1990년대 이후로는 대마초에서 추출하는 마리화나, 메스암페타민(속칭 필로폰), 헤로인, 크랙, LSD, 속칭 도리도리라는 엑스터시, 흡입제, 스테로이드 등 다양한 신종 마약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 일부 부유층, 연예인의 일탈 현상이 이제는 직장인, 학생, 주부 등 일상 속에 깊이 침투하고 있다. 특히, 최근 5년 사이 10∼20대 마약 사범이 매우 증가했다. 1월 29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10대 마약 사범은 454명으로 2017년 대비 3.8배 늘었다. 20대 역시 5335명으로 2017년 대비 2.5배 정도 증가하였다. 전체 마약 사범은 지난해 같은 기간 17073명으로 2017년 대비 22.8% 증가하였고, 전년 대비 5.7% 증가하였다. 실제로 마약을 접한 사람은 적발된 마약 사범보다 20∼30배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마약 사범이 연소화되고, 초범 비율이 증가하는 상황이라면서 마약과의 전쟁에서 꼭 승리해달라고 당부했다. 법무부는 마약 청정국 지위를 되찾겠다고 선언했다. 경찰은 마약 퇴치 유공자의 특진도 약속했다. 정부와 여당은 총리실에 마약범죄 컨트롤 타워를 운영키로 했다. 검찰을 중심으로 지역별로 관계부처 합동 수사팀을 운영하고 국세청, 관세청, 식약처, 복지부 등이 가진 마약류 정보를 통합하겠다고 밝혔다. 다크웹을 통하여 마약의 해외 직구가 늘어난 것에 대비키 위해 전담 수사팀도 운영한다. 하지만 IT 발달로 텔레그램 등 보안 메신저 또는 가상화폐로 마약이 은밀하게 거래되고 있어 적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약의 가격이 낮아진 것도 대중화를 촉진한다. 10년 전 필로폰 1회분(0.03g) 10만 원대가 최근 2∼3만 원으로 낮아졌다.


    미국, 캐나다, 네덜란드, 태국에서는 마리화나가 합법화돼 있고, 독일도 합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유학생, 관광객이 마약에 접할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아울러 외국인의 국내 유학, 취업이 늘어나 이들 활동이 국내 마약 증가 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은 마약범죄를 전담하는 마약단속국(DEA)이라는 연방수사국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50년간 1430조 원을 쏟아부었으나,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중독으로 5분마다 1명이 사망한다고 한다. 미국의 마약 통제는 실패했다. 유럽에서는 컬럼비아 등 남미 마약이 네덜란드와 벨기에 항구를 통해 밀반입되고, 그 마약이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으로 퍼지고 있다.


    마약범죄는 원료의 수입, 제조, 판매, 투약 등의 국제적 연계로 조직화하였고, 국내에서는 점조직 망에 의해 유통되는 광역성을 갖고 있다. 마약 사용은 정신적, 육체적 의존성 때문에 반복되고 판매에서는 불법이득이 크다. 때문에, 마약범죄는 폭력조직, 국제범죄조직과 연계되는 특성이 있다. 마약 사용은 개인과 가족의 피폐화는 말할 것도 없고 성폭력, 강도, 살인, 강력 범죄와 상관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범죄 정책은 공급과 수요 대책으로 구분된다. 공급 사례와 상황을 보자. 지난해 10월 경찰은 경기 김포의 한 창고를 급습했는데 이 창고는 드럼, 피아노 등 음향기기, 자동차 게임기, 음료 냉장고 등이 갖춰진 파티 장소였다. 이 옆에는 대마 온실 재배실이 있었고 18만 명이 투약 가능한 물량이 발견됐다. 인천의 고3 학생 3명은 텔레그램을 통해 필로폰 등을 사들인 뒤 유통했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수억 원대의 마약을 압수했다. 지난해 청소년 40여 명이 마약성 진통제(합성 오피오이드)인 펜타닐 패치를 불법적으로 구매해 학교 등에서 흡입한 사건이 보도되었다. 마약은 하늘, 바다, 땅 밑으로 은밀하게 운반되고 사람의 신체에 은닉해 들어오기도 한다. 요즈음은 어린이 놀이터, 운동 경기장, 관광지 등에서 마약을 거래하고 투약하기도 하고 피자처럼 집으로 배달되기도 한다. 검찰, 경찰, 정부 관련 기관이 마약의 공급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문제는 수요 억제 대책이다. 마약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그 위험성을 교육해 예방해야 하고 마약 사범들이 중독에서 벗어나도록 재활치료와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국내 마약 전문가들은 마약 정책이 공급 차단에만 집중하여 수요 억제에 실패했다고 지적한다. 이해국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이사장(가톨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마약 중독은 단속, 처벌의 단계를 넘어섰다면서 평범한 국민 누구든 마약 중독자가 될 수 있다는 시각에서 정부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의선 성균관대 석좌 교수(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도 “국내에 유통되는 마약을 모니터링하는 조기 경보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중독치료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치료와 회복 컨트롤 타워에는 민간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협업 구조가 돼야 한다. 


    마약에 빠져들지 않기 위한 10가지 방법이 있다. 1. 친구들의 압력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특히 청소년들에게는 그렇다. 2. 가족과 유대 관계를 강화한다. 3. 우울, 불안 등 정서적 문제에 봉착할 때 멘토, 언론, 운동, 중재 등의 수단을 이용한다. 4. 절제의 힘을 기른다. 5. 마약 관련 교육과 지식을 습득한다. 6. 알맞은 식사와 운동을 한다. 7. 중압감을 벗어나 편안하게 자신을 돌아본다. 8. 요가나 명상 등으로 정신을 함양한다. 9. 마약 성분은 의사의 처방에서만 사용한다. 10. 치료 전문가로부터 도움을 받는다.


    마약범죄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친구, 가족, 이웃, 지역사회, 관련 기관, 중독 및 수요자의 태도와 관리가 중요하다. 마약 정책의 공급 측면에서는 국가와 관련 기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처벌과 단속, 규제에 집중하여야 한다. 그러나 중독·수요 측면에서는 치료와 재활, 예방관리가 핵심이 되어야 변화를 이끌고 성공할 수 있다. 모든 국민이 힘을 합치면 마약 청정국 지위를 다시 회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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