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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수사권 조정 부작용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된다

기사입력 2023.05.28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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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열린정책뉴스] 2021년 검경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났다.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은 1차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되었고, 검찰은 부패범죄와 경제범죄 등만 맡게 되었다. 

     

    수사권 조정의 가장 큰 문제는 경찰관들이 수사 근무를 기피하고 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점이다. 수사 부서에 근무하기 위해서는 수사 자격증인 ‘수사 경과’ 시험에 합격하여야 하는데 수사 경과 취득자가 수사권 조정 시행 이후 매년 급감하고 있다. 수사 업무 기피의 가장 큰 이유는 업무는 과중한데 승진은 잘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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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종 열린정책뉴스 논설위원

     

    승진은 하위직에서 상위직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승진하면 보수가 오르고 직무의 책임성 또한 증대되고 사회적 지위가 상승하여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갈망하지 않을 수 없다. 승진은 성과에 대한 보상의 의미를 지니고 경찰 공무원의 동기부여와 사기 앙양을 위해 중요한 인사 정책이다. 경찰의 승진제도는 심사 승진, 시험 승진, 특별 승진, 근속 승진 4개의 승진이 있는데 이 중 경찰관들이 주경야독의 노력으로 이룩하는 승진 코스는 시험 승진이다. 


    경찰관들은 승진 시험에 대비하고자 업무량이 적고 사건이 적은 부서를 희망하고 있다. 수사 경찰의 업무량이 늘어난 것은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고소, 고발 사건이 경찰로 일원화되어 업무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7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의 ‘사건 1건당 평균 처리 기간’은 2018년 48.9일, 2019년 50.4일, 2020년 55.6일에서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인 2021년 64.2일, 2022년 67.7일로 늘었다. 5년 사이에 18.8일 증가했다. 일선 수사 인력은 2020년 3만1199명에서 2022년 3만4679명으로 소폭 늘었다. 


    경찰의 사건 처리가 지연된 것은 대한변호사협회의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난다. 2021년 변호사 1155명을 상대로 한 대한변호사협회 설문조사에선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조사 지연 사례를 직접 경험했다’는 응답이 73.5%로 나타났다. 변호사들은 가장 큰 원인으로 ‘경찰의 수사 역량 부족’(72.5%), ‘경찰의 과도한 사건 부담’(62%), ‘검사의 수사 지휘 폐지’(34.8%), ‘검찰의 직접 수사 폐지’(29.7%) 순으로 응답했다. 


    수사 기피 현상은 검경수사권 조정 1년 때 이미 나타났다. 당시 경찰은 경찰대 졸업생과 간부 후보생 출신의 수사 부서 배치, 변호사 채용 규모 확대, 공채 교육 과정부터 수사관 사전 선발, 수사 사건 수당 등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수사권 조정 2년이 지났지만, 그 부작용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최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변호사 시험 ‘오탈자’를 대상으로 경사 특채를 추진했다. 현행 로스쿨생들은 변호사 시험을 최대 5회 응시할 수 있으며, 모두 탈락하면 변호사가 될 수 없게 되어 있다. 국가수사본부는 시험은 탈락했지만, 로스쿨을 졸업한 고급 인력이니 선발하겠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찰 내부에서는 ”법학 과목 시험으로 선발하는 법학 특채가 있고,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이들은 경감으로 따로 선발하고 있는데 굳이 또 다른 법학 관련 특채를 만들 이유가 없다며 시험을 다섯 번 모두 떨어진 이들이라면 오히려 법적 전문성이 없는 것 아니냐”고 반발하여 결국 철회했다. 


    경찰이 조직 효과성을 이루기 위해서는 조직 목표와 개인 목표의 조화가 필요하다. 경찰조직이 수사권 독립을 달성했으니 경찰관들이 무조건 근무 조건에 순응해야 한다는 생각은 오산이다. 수사 경찰의 직무 만족 및 동기부여 제고는 공헌한 성과 만큼 보상이 합치될 때 이루어진다. 수사를 경찰이 하느냐 검찰이 하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수사권 조정으로 국민에 대한 수사 서비스 질이 향상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사실 검경수사권 조정, 소위 ‘검수완박’법이 통과될 때 이미 많은 문제점이 나타났다. 전 정권 비리 수사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문 제기, 적절한 공청회가 열리지 않는 점, 법사위 통과를 위한 ‘꼼수 위장 탈당’ 등 논란이다. 헌법재판소는 ‘검수완박’법의 위헌 심사에서 ‘위장 탈당’을 통한 법사위 심사과정이 위법했지만, 법 자체는 유효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여기서 ‘검수완박’법의 잘잘못을 논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시행된 검경수사권 조정의 부작용 즉, 수사 부서 기피 현상을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와 정부는 법을 만들었다고 책임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수사권 조정의 부작용 해소를 위해 중지를 모아야 한다.


    경찰 수뇌부는 일선 경찰들이 수사 붕괴를 성토하고 심지어 ‘자진해서 수사권 반납하자“는 비판에 겸허히 귀를 기울여야 한다. 검경수사권 조정의 부작용이 지속할 경우 경찰 사기는 떨어지고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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