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상세페이지

이용구 사건, 경찰은 ‘살아있는 법’이 되어야 한다

기사입력 2021.06.14 12:02

SNS 공유하기

fa tw gp
  • ba
  • ka ks url
    경찰, 국민의 신뢰를 받아야 검경수사권 조정 빛이 난다

    [서울=열린정책신문]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에 대하여 서울경찰청 진상조사단의 조사결과가 지난 9일 발표되었다. 이용구 폭행 사건을 입건하지 않고 내사 종결한 것은 담당 수사관(A 경사)이 혼자 결정하였다고 한다. A 경사는 이용구가 택시기사의 멱살을 잡고 욕설을 하는 영상을 보고도 택시기사에게 안 본 것으로 하겠다고 하였고, 당사자 합의를 이유로 사건을 종결하였다고 주장해왔다. 

    20210608131015_1dc30a354afde2e781dc6f74121ca59a_amef.jpg

                                    이병종 경찰학박사(전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겸임교수) 

     

    조사에 의하면, 폭행 사건이 발생한 사흘 뒤 작년 11월 9일 서초서 생활안전과 B 경위가 폭행 사건 가해자인 이용구가 공수처장 후보임을 알고 서울경찰청 생활안전계에 보고했고, 이어서 서초서 정보팀장, 정보과장, 경찰서장도 이 같은 사실을 파악했다. 

    경찰청 범죄수사 규칙에는 “저명인사, 법관, 검사, 변호사들의 범죄가 발생하면 시·도 경찰청장에 신속히 보고해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는데 누구도 지키지 않았다. 서초경찰서는 이 전 차관이 유력인사임을 알고도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해 상부 경찰기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조사단은 이 전 차관과 서초서장 등 91명을 조사하고, 대상자들의 통화 내역 8,000건을 분석한 결과 외압은 없다고 말한다. 이 전 차관의 통화 내역 중에는 법무장관 보좌관 C씨와 서너 차례 통화했고 법조인, 정부 부처 관계자 등 주요 인사 57명과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서초서장 등 수사 라인에 있는 4명의 휴대전화 데이터가 일부 삭제되어 100% 복원하지 못했다. 

    결국, 서초서 A 경사만 직무유기 혐의 그리고 이 전 차관과 택시기사 D 씨는 각각 증거인멸 교사와 증거인멸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이 사건은 6개월이 지나 조사결과가 나왔지만 꼬리 자르기가 아닌지 여러 의문점이 남는다. 청와대는 폭행 사실을 알고도 이 전 차관 임명을 한 정황이 있어 정밀한 인사 검증 없이 임명을 강행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제는 검찰에서 외압 여부를 밝힐 차례이다.

     

    이용구 사건 관련하여 경찰이 그 진실을 외면하지 않았다면 청와대가 이용구를 법무차관에 임명치 않았을 것이고 지난 6개월간의 혼란과 경찰의 불신도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 사건 말고도 최근 경찰이 불신을 자초한 여러 사건이 발생하였다. 생후 16개월 아이가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경우에 경찰은 세 차례 아동 학대 의심 신고가 들어왔지만, 무혐의 처리하였다. 

     

    시민들이 경찰에 대한 불신이 쌓인 상태에서 ‘한강 의대생 사망 사건’이 발생하여 경찰이 수사내용을 알려도 사람들은 믿으려고 하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 경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사회적 평온을 유지하는 대표적 법집행기관이다. 그래서 경찰을 ‘살아있는 법’이라고도 한다. 이 말은 법조문의 생명력은 경찰이 법을 공정하게 집행할 때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경찰이 법을 집행할 때 시민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실제 범죄사건의 해결을 보면 경찰이 스스로 해결하는 것보다 시민의 협력에 의해 해결하는 것이 훨씬 많다. 시민은 범죄의 피해자가 되기도 하지만, 목격자, 증인으로서 갖가지 범죄 정보를 제공한다. 범죄사건의 해결에서 시민의 협력이 절실하다는 말이다. 경찰이 시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덕목은 무엇일까? 경찰 업무는 강제력을 사용하고, 긴급상황에 대처하고, 많은 유혹 등과 관련되므로 경찰관의 도덕적 용기가 요구된다. 윤리적인 경찰관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고, 모든 사람을 공정하게 대우하고, 정직하고 신뢰성을 지닌 사람이다. 경찰관에게 정직성은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이번 이용구 사건에서 보여준 경찰의 수사 처리와 대응에 대하여 많은 국민이 실망하고 있다. 한번 실추된 경찰의 이미지를 다시 회복하기는 여간 시간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경찰의 이미지가 좋지 않은 것은 역사상 두 가지 잘못을 저질은 탓이 크다. 하나는 조국 해방 후 경찰은 일제의 앞잡이라는 친일 경찰의 잔영을 지우지 못했다. 다른 하나는 자유당 시절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하여 집권 여당인 자유당 부정선거 등 정치에 경찰이 깊이 관여한 것이다. 문 정권 아래서도 경찰이 정권의 불법을 눈감아 준다는 비판이 그간 여러 번 제기 되었다. 드루킹 댓글 공작 수사 당시 경찰은 김경수 경남지사 등 여권 핵심 인사들의 연루 사실을 확보하고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울산시장 선거 때는 야당 후보가 공천장을 받던 날 경찰은 그의 사무실을 압수 수색하였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사건의 경우에도 경찰은 장기간 사건을 질질 끌다가 면죄부를 주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우리나라 경찰에 훌륭하고 용기 있고 자랑스러운 경찰관이 있다. 이승만 정부 때 부정선거를 최초로 폭로한 박재표 순경이다. 그는 1956년 8월 13일 정읍 도의원 선거 때 투표함 이송 도중에 경찰관들이 자유당 후보가 당선시키기 위해 투표용지를 바꿔치기하는 장면을 목격한 후 그 사실을 동아일보에 고발하여 세상에 폭로시켰다. 안병하 전남 경찰국장, 치안감은 1980년 5월 19일 광주사태 때 신군부의 발포 명령을 정면으로 거부하여 끝까지 버티다가 신군부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받고 그 후유증으로 숨졌다.  안 경무관은 광주시민과 학생의 생명과 경찰의 명예를 지킨 애국  경찰관이다. 박 순경, 안 치안감 외에도 많은 의로운 경찰관이 오늘의 경찰을 이끌어 왔다.

     

    경찰은 통제받지 않는 수사 권력을 행사할 경우 정권 시녀 검찰과 무엇이 다르겠냐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경찰은 검경수사권 조정을 통해 수사의 주체가 되었다. 때문에, 그 독립성을 더 강화해야 하고 경찰위원회에 실질적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 가치관이 물신주의·출세주의·보신주의로 혼란되고 있다. 경찰관은 그 어느 때보다 비판적  사고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주어진 공적책무를 다하는 소명의식이 필요하다. 바르게 행동하기를 원하는 경찰관, 바른 선택을 하는 경찰관이 되어야 한다. 인격과 양심을 버려서는 안 된다. 올바른 수사는 경찰기관의 독립성 보장과 수사관의 정직성에 달려 있다. 

     

    소금이 짠맛을 잃으면 무엇에 쓰겠는가. 경찰이 정의와 공정을 구현하지 않는다면 경찰의 존재의의는 상실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면 경찰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올해는 경찰이 그토록 염원하던 검찰로부터 수사권 독립을 이루는 원년이다. 

     

    권한이 커진 만큼 의무도 커진다. 경찰 재도약과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경찰은 공정·정의·진실의 보루가 되어야 한다. 광주사태 때 보여 준 안병하 치안감의 용기와 자유당 때 보여준 박재표 순경의 양심 고백, 의로운 경찰 정신을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 독립적 수사권을 행사하는 경찰이 바로 서야 나라의 기강이 바로 선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경찰이 정치적 편향성을 보인다는 오명을 씻기 위해서라도 경찰관은 불법·부당한 명령을 수행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서 인사권자에게 아부하는 것은 경찰관의 정치적 중립의무와 신분보장에 대한 배신행위이다. 경찰이 ‘못 본 것으로 할게’가 아니라 ‘살아있는 법’ 역할을 다 할 때 정의는 실현된다. 경찰관은 국익·인권·민주주의 가치를 사수하고 헌법과 국민에 충성해야 한다. 

     

    이것이 경찰의 본분을 지키는 길이다. 경찰이 국민의 신뢰를 받아야 그 수사권 독립이 더 자랑스러워진다.

    backward top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