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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수사권 조정 후 경찰의 변화와 과제

기사입력 2021.09.2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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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평=열린정책신문]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이 완료되고 형사소송법이 올해 1월 1일부로 개정 시행됨에 따라, 경찰은 66년 만에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벗어나 1차 수사종결권을 갖게 되었다. 검찰은 6대 범죄인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범죄 및 대형참사 사건의 수사를 맡게 되고, 4급 이상 공직자 범죄, 3000만 원 이상 뇌물사건, 5억 원 이상 경제범죄, 5000만 원 이상 정치자금법 위반, 알선수재 사건을 대상으로 기소와 공소유지 업무를 하게 되었다. 경찰은 6대 범죄를 포함한 각종 고소·고발·인지 사건에 대해 수사하고 공직자 범죄는 5급 이하 공무원 범죄로 한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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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종 경찰학박사(전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겸임교수)

     

    이처럼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시도한 이유는 검사는 형법 등 법률에 따라 범죄자를 재판에 넘기는 기소에 중점을 두고, 피의자를 직접 조사하며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은 수사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경찰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이다. 경찰이 1차 수사종결권을 가짐으로써 기존의 수직적 검경 관계가 수평적 협력 관계로 바뀌었다. 그러나 검찰은 여전히 경찰에 대한 보완 수사 요구와 시정 조치 요구, 재수사 요청 등을 할 수 있고, 부패범죄, 경찰공무원 범죄 등 범죄는 검사가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 


    검경수사권이 조정 시행됨에 따라 여러 가지 후속 조치 사항이 이어지고 있다. 첫째, 경찰 권력의 비대화 방지와 수사 전문화 방안이다. 경찰 권력의 비대화 방지를 위해 자치경찰제도가 도입되었다. 자치경찰제는 18개 시·도에 자치경찰위원회를 구성하여 올해 7월 1일부터 시행 중이다. 자치 경찰은 생활안전, 교통, 경비, 수사 등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이로써 경찰 업무는 국가, 자치, 수사 업무로 분할되었다. 수사 부서의 전문화와 독립성을 위해서 경찰청에 국가 수사본부가 설치되었다. 둘째, 검찰의 수사권 폐지의 문제이다. 검찰은 국민의 인권 보호를 위해 경찰 수사에 대한 통제가 불가피하다는 견해다. 그러나 현재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소위 ‘검수완박’은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여 검찰이 담당하는 6대 범죄 등 중대범죄에 대한 수사를 전담하는 별도의 기관, ‘중대범죄수사청’의 설치 법안을 발의한 상태이다.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경찰은 드디어 독립을 이루었다고 환호하였다. 그러나 수사권 조정 3개월에 경찰이 검찰에 송치한 건이 22%가 줄었고, 수사 부서 탈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검찰청이 공개한 ‘2021년 1·4분기 개정 형사법령 운영현황’에 의하면, 올해 1∼3월 경찰이 검찰에 송치한 사건은 22만 724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9%가 감소했다. 같은 기간 검찰이 송치받아 기소한 사건도 6만 5524건으로 작년 동기 대비 26.4%가 감소했다. 이처럼 사건이 급감한 것은 국가형벌권 남용을 줄인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마땅히 처벌받아야 할 피의자가 수사단계에서 빠져나갔다는 우려의 비판도 나온다.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건은 13만 2003건으로 16.9% 줄었다. 불기소 결정으로 검찰에 송치하지 않은 사건은 7만 5094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불기소 건수와 비교하면 18.2%가 감소했다. 검찰이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하는 것은 늘어나는 추세이다. 검찰에 직접 접수한 고소·고발 사건은 769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8.5% 줄었다. 검찰의 직접 수사가 6대 범죄로 줄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경찰은 업무 과부하가 걸리면서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경찰이 1차 수사종결권의 재량권이 커지면서 견제 장치 또한 늘어났다. 3개월이 걸린 수사가 1년 이상 걸려서 피해자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경찰관들이 수사 부서의 근무를 기피하는 현상이다. 업무는 과중한데 승진이 잘 안 되기 때문이다. 경찰청이 지난 3월 경찰관 6901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조사한 결과, 수사 경찰 31%만 현 부서에 만족한다고 답했지만, 비 수사 경찰은 69%가 만족을 표했다. 수사 경찰의 불만족 이유로는 업무량(40.5%), 유인책(36.6%), 근무환경(21.3%), 기타(1.5%) 순이었다. 수사 경찰의 43.0%가 내년에는 수사 부서에 근무할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하반기에 획기적인 당근책이 나오지 않으면 내년 2월 인사 때에는 수사 부서 대탈출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특히 MZ 세대는 수사 한번 해봐야지 했다가도 머리만 복잡하고 특진 등 보상이 미흡하고 승진 시험 준비 여력이 부족하다고 1∼2년 뒤 비 수사 부서로 바로 떠나는 것이 수두룩하다고 한다.


    경찰청도 수사 부서 기피 현상 타개책을 내놓고 있다. 경찰대 졸업생과 간부후보생 출신의 수사 부서 배치, 변호사 채용 규모확대, 공채 교육과정부터 수사관 사전 선발 등의 방안이 논의된다. 세계적으로 수사 경찰은 사복을 착용하고 수사 전문성에 자긍심을 가지고 일반 경찰보다 우월의식을 갖는 것에 비해, 우리나라 수사 경찰의 기피 현상은 특기할만한 일이다. 미국 경찰은 지역사회 경찰활동을 하는 경우 수사와 순찰을 합동으로 근무토록 하기도 한다. 웰빙을 찾는 경찰관들이 선호하는 곳도 있다. 파출소나 경찰서 112상황실 등 교대근무 부서이다. 교대부서는 통상 이틀 일한 다음 이틀을 쉴 수 있고, 휴일근무수당과 출장 수당 등을 합치면 수사 부서에서 일할 때보다 월급이 많아 선호도가 높다.


    경찰은 검경수사권 조정 후 원하던 수사권 독립의 목표를 달성했는데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났다. 수사 경찰의 기피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수사 경찰의 기피 이유로는 업무량이 많고, 인센티브는 별로 없고, 근무환경도 좋은 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일은 힘들고 보상은 적고 승진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8년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어휘가 ‘워라벨’이다. 일과 삶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의 줄임말로 장시간 노동을 줄이고 일과 개인적 삶의 균형을 맞추는 문화가 등장한 것이다. 워라벨 세대는 일에 몸 바치지 않고 소위 ‘소확행’의 생활 수준에 만족한다. 

     

    조직은 조직 효과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생산성과 효율성 확보에 주력한다. 조직 내 개인도 조직 내 직위와 권한을 차지하면서 개인 목표를 추구한다. 조직 목표와 개인 목표의 조화가 필요하다. 조직 내 개인의 직무 만족은 동기부여와 스트레스를 줄여줄 때 올라간다. 일과 삶의 조화를 지원해주는 조직 문화일수록 일과 삶의 조화 수준이 좋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수사 경찰에 대한 직접적·물질적 보상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수사제도의 도입에 따른 새로운 조직 문화를 수립해야 한다. 수사 경찰과 일반 경찰을 구분하여 선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막연히 경찰관의 충성심, 직업윤리, 책임감 등 경찰 정신 함양에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수사기관의 존재 목적은 범죄 척결을 통한 정의 실현과 국민의 인권 보호 그리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자칫 검경수사권 조정이 국가 수사역량의 저하로 이어진다면 그 피해는 국민이 입게 된다. 수사 경찰의 기피 방안으로 신임경찰 간부를 3년씩 수사 부서에 근무시키는 것은 당장 급한 불을 끄려는 조치이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 경찰 전체 업무 중 수사 업무가 차지하는 비중은 30%대이다. 경찰 간부의 균형적 육성이라는 장기적 관점에서 이 문제의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올해는 검경수사권 조정의 원년이다. 정책을 시행하다 보면 문제는 발생 된다. 수사 경찰의 기피 현상은 가장 주목되는 부분이다.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은 자치경찰제도의 안정적인 정착, 새로운 수사 환경에 맞춘 조직 문화의 개선, 수사 경찰의 전문화·인력계획·사기진작 그리고 국민에 대한 양질의 수사서비스 제공에 대한 과제를 안게 되었다. 수사 경찰의 역량이 약화 되어 국민이 피해를 보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경찰이 이 과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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