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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사건, 화이트칼라범죄 경종 울린다

기사입력 2021.11.07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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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평=열린정책뉴스]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사건은 성남도시개발공사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이 재직 당시 수익배분구조를 설계하면서 민간사업자인 김만배, 남욱, 정영학에게 수천억 대의 개발이익을 넘겨주었고, 계약 시 민간개발회사의 과도한 이익을 제한할 수 있는 ‘초과이익환수’ 조항을 빠뜨린 것과 성남시 관리 책임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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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종 열린정책뉴스 논설위원(경찰학박사, 전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겸임교수) 

     

    검찰은 유동규 전 본부장을 비롯한 ‘대장동 4인방’이 성남시 측에 수백억 대에서 수천억 대 규모의 손해를 끼쳤다고 보고, 배임죄, 뇌물죄, 횡령죄 혐의를 적용하고 있다.

     

    화이트칼라범죄는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존경받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직업과정에서 범하는 범죄”이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정보를 손안에 쥐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하여 지위와 권한을 이용하여 민간사업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민간사업자는 뇌물을 공여함으로써 직업과정에서 범죄를 저질렀다. 이 범죄의 특성은 범행의 합리성, 높은 이익, 피해자의 무의식적 협조, 사회의 무관심, 범죄자가 범죄자처럼 보이지 않는 인상이다. 

     

    범죄자는 자신의 직무 관련 정보 이용을 범죄로 인식하지 않고, 비난자를 비난하는 중화 기술을 발휘하고 죄책감을 거부한다. 높은 수익은 개발 특혜로 보장된다. 도시개발공사는 해당 토지를 낮은 가격으로 수용하고 민간개발업자는 고분양가를 책정함에도 주민들은 협조하여 손해를 입었다. 도시개발공사와 성남시가 ‘초과이익환수’ 장치를 하지 않아 성남시와 주민에게 큰 손해를 입힌 것은 사회적 무관심이다. ‘대장동 4인방’인 성남도개공 전 본부장, 언론 기자, 변호사, 회계사는 힘 있는 사람들로 일탈을 정상화하고 있다. 


    1967년 미국의 사법행정과 법 집행에 대한 대통령위원회는 화이트칼라범죄의 경제적 손실이 일반재산범죄의 피해보다 27∼42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당시 미국의 일상범죄의 연간 피해액이 30∼40억 달러인 데 비해, 화이트칼라범죄의 경제적 피해는 500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최근 FBI가 밝힌 미국의 화이트칼라범죄의 연간 경제적 피해는 3000억 달러라고 한다. 경제적 피해 규모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화이트칼라범죄의 경제적 피해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미국의 추세가 예상된다. 


    미국에서 화이트칼라범죄를 수사하는 핵심 기관인 FBI는 화이트칼라범죄의 특징을 범행의 은폐, 기만, 신뢰의 파괴라고 규정한다. 이 범죄의 수행은 뇌물, 자금 세탁, 기망, 내부자 거래, 횡령, 스파이 행위를 들 수 있다. 화이트칼라범죄는 기업범죄와 블루칼라 범죄에서 차이점이 있다. 화이트칼라범죄는 범죄의 가담자가 수익을 가져가지만, 기업범죄는 회사와 임원이 수익을 가져간다. 블루칼라는 숙련성이 크게 요구되지 않는 작업환경에서 일하므로 화이트칼라범죄와 비교하면 금전을 편취할 기회 자체가 적다. 절도, 강도 등 블루칼라 범죄는 눈에 띄는 경향이 있어 경찰의 감시를 받지만, 화이트칼라범죄는 합법성과 범죄적 행위를 결합함으로써 범죄를 행하여도 덜 포착되게 된다. 그러므로 블루칼라 범죄는 물리적 폭력을 더 사용한다. 또한, 화이트칼라범죄의 피해자는 불분명하고 피해 보고가 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화이트칼라범죄는 발각되지 않고, 발각되더라도 보고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화이트칼라범죄는 주로 내부 감사, 보고 체계에 의해 발각된다고 알려져 있다. 이와 더불어 내부고발자 제도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은 스캔들과 언론의 문제 제기를 회피하기 위하여 관련된 사람을 사직처리하는 경향이 있다. 화이트칼라범죄가 폭력성을 수반하지 않기 때문에 죄가 없다는 인상을 받기 쉽지만, 해악이 높을 뿐만 아니라 도덕체계를 붕괴시킨다. 화이트칼라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조직에서 사전 방지 조치가 필요하고, 올바른 직원을 채용하는 것과 윤리와 교육이 중요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화이트칼라범죄 폐해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크다. 경제적 손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적 손실비용이다. 사회지도층이나 전문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을 부정직한 사람으로 평가함에 따라 하류계층의 노상범죄를 조장하고, 사회 내 법의식을 둔감 시키고, 상대적 박탈감을 키워 사회해체의 촉매가 된다. 범죄는 처벌되어야 하고 방지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무전유죄 유전무죄가 말해주듯이 처벌수준에서도 화이트칼라 범죄자들의 형량이 일반 노상범죄자의 처벌보다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 윗사람이 부패하면 아랫사람도 부패한다(上濁下不淨). 사회지도층, 힘있는 사람들부터 솔선수범해 법을 준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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