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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실태 교훈

기사입력 2021.11.23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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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평=열린정책뉴스]  서울시의 태양광 발전사업에 대한 2개월간의 감사결과가 지난 14일(일) 발표되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2012년부터 지난 9월까지 진행해왔던 태양광 발전사업에서 참여한 임원들이 사업을 총괄하는 서울시 인사위원회에 들어가 내부정보를 미리 캐내고 수십억 원의 보조금을 타가는 등 불법행위를 한 사실이 밝혀졌다. 박 전 시장이 추진한 560억 원대 ‘태양광 보급’ 관련,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서울시 태양광 정책을 결정했던 ‘원전 하나 줄이기 실행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동시에 사익을 추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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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종 열린정책뉴스 논설위원(경찰학박사, 전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겸임교수)


    ‘태양광 보급’ 추진 기관은 태양광 보급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하여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분양한 임대아파트에 태양광 사업을 집중적으로 설치했다. 2014년부터 지난 9월까지 태양광 시설이 설치된 서울시 공동주택은 12만472가구였고, 그중 39.6%인 4만 7660가구가 SH 임대아파트였다. 이 과정에서 SH가 입주자 동의를 받지 않고 베란다형 태양광을 설치한 아파트도 상당수에 달했다. SH가 임대아파트에 설치했던 베란다형 태양광의 발전효율도 기대 이하로 나타났다. 태양광이 설치된 4만 7660가구 가운데 3828가구(8%)가 발전효율이 떨어지는 1∼2층에 설치됐고, 남향이 아닌 동, 북, 서쪽으로 설치된 가구는 1만 4877곳(31%)이었다. 이는 전시행정의 전형으로 목표치 숫자 채우기에 급급한 것이다.


    태양광 설치 후 부실한 사후관리도 확인되었다. 2014∽2019년 베란다형 태양광 설비가 설치된 7만 3671곳 가운데 2만 7233곳(37%)은 보급업체가 아예 폐업해 정기점검을 받지 못했다. 보조금을 받은 업체가 무상으로 하는 사후관리 의무를 피하려고 의도적으로 폐업한 정황이 드러나 서울시는 태양광 업체 14곳을 고발했다. 태양광추진 초기 2014년 8월 태양광 협동조합 7곳은 연합회를 구성해 당시 박원순 시장을 찾아가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부지 제공, 설치자금 무이자 융자 등을 요구했고 모두 수용되었다. 당시 서울시 공무원들은 태양광 설치가 가능한 공공부지를 직접 전수 조사하여 협동조합에 안내해 주었다. 협동조합이 부담해야 할 조사비용을 서울시가 세금으로 보전해준 것이다. 일부 부지는 협동조합만 공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중소기업을 배제하는 불공정 입찰도 시행했다.


    한 협동조합은 연도별 사업계획을 사전에 파악해 7년간 70억 원의 보조금을 챙겼다. 서울시 감사위는 ‘태양광 사업’은 애초에 수익성이 부족했고, 특정 협동조합 요구 사항을 수용해 공정성과 형평성에 어긋나는 제도를 도입해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탈원전 정책이 추진돼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신한울 3. 4호기 건설사업의 중단 등 조치가 이루어졌고, 태양광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그러나 원자력은 일석다조(一石多鳥) 에너지원이고, 저탄소 전기, 도시 난방 등에 가장 효율성이 높고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언제든 공급 가능한 이점이 있다. 원자력은 탈 탄소 조기실현에 이바지하기 때문에 지속 육성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그동안 국내외에서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최근 태양광·풍력 에너지 정책은 우리나라의 지리적, 기후 조건에 잘 맞지 않는다는 국제 연구가 발표되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와 중국 칭화대 등 공동 연구진이 네이쳐에 발표한 ‘세계 태양광과 풍력 안정성의 지리적 제약’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조사대상 42개 국가 중 꼴찌를 기록했다. 

     

    1980∽2018년까지 연구 대상 42 국가의 태양광·풍력 자원 데이터를 토대로 각국의 전기수요를 태양광·풍력으로 전량 감당한다는 조건으로 전력 안정성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는 72.2%로 최하위였다. 반면 국토가 넓은 러시아 90.9%, 호주 89.5%, 미국 87.7%, 중국 87.5%였고, 일본 76.3%, 이탈리아 75.6% 등으로 분석되었다. 우리나라는 일사량, 풍속, 국토면적 등을 고려하면, 태양광·풍력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입지 조건이 불리해 신재생 에너지 전력 공급 안정성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원자력 산업의 역할이 더 요구되고, 태양광·풍력 자원의 안정성 면에서 우리나라가 최하위로 평가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는 태양광 사업의 확대 이유로 자기편 일감 몰아주기에 올인한 셈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확보의 다변화를 위해 원자력은 물론이고 신재생 에너지인 태양광, 지열, 수력 등 대안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태양광이 지리적 제약으로 생산성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온 만큼 종합적인 측면에서 에너지 정책의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한 협동조합이 사업계획을 사전에 파악해 7년간 70억 원의 보조금을 챙긴 것은 선수가 심판으로 뛰는 행위이고, 중소기업을 배제하고 협동조합만 공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은 상대편 주전이 경기에 뛰지 못하게 하는 불공정 입찰이고, 서울시가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부지를 제공하고, 설치자금을 무이자로 제공하고, 태양광 설치 가능성에 대해 공무원들이 직접 공공부지를 전수 조사하여 정보를 제공하고, 협동조합이 부담해야 할 조사비용을 서울시가 세금으로 보전해 준 것들은 모두 경기 규칙을 고치는 행위들이다. 


    태양광 보급 사업에서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서울시의 태양광 정책 관련 위원회와 태양광 보급업체 임원으로 동시에 활동하면서 사익을 챙겼다. 공무를 대행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가져간 것이다. 서울시는 정치적 지지와 유대관계를 위해 시민단체에 특혜를 베푼 것이고 시민단체는 정부 기관의 권력을 감시하는 대신 권력에 기생한 것이다. 공직에서 부정행위를 근절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무를 수행하는 공직자 개인의 청렴성·도덕성·정직성을 확보하여 일탈을 막는 것이다. 정책결정자가 이념을 바탕으로 내 편만 챙길 것이 아니라 국익이나 공익 그리고 대의를 위해 정책을 결정해야 하고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


    공직자가 아무리 훌륭해도 제도와 환경의 영향을 벗어나기는 힘들다. 이런 면에서 서울시와 시민단체는 야합하기보다는 건설적이고 경쟁적인 관계 설정이 필요하다. 아울러 평소 조직의 감사 기능이 작동하도록 유지해야 한다. 조직의 내부 비리는 외부에서 알기가 어렵다. 따라서 내부 조직인이 불법행위를 알면 그 사실을 고발할 수 있는 조직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서울시 의회의 적극적인 활동도 필요해 보인다. 시정 감사는 물론 시 행정에 대한 적극적 규제·견제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언론과 국민의 상시 감시 기능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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