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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신뢰회복 필요하다

기사입력 2021.11.2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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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 역할과 훈련 제대로 하자

    [논평=열린정책뉴스] 지난 15일 인천에서 층간 소음 갈등으로 40대 남성이 아래층 일가족에게 흉기를 휘두른 사건이 발생한 이후 시민들의 경찰 불신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 사건은 15일 오후 4시 50분경 인천시 남동구 한 빌라에서 벌어졌다. 피해 일가족은 층간 소음 갈등으로 위층 남성 A 씨가 난동을 피우자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 도착한 남녀 2명의 경찰은 A 씨를 4층 자택으로 분리하고 남성 경찰관(경위)은 피해자 가족 남편 B 씨와 1층에서 진술을 받았고, 여성 경찰관(순경)은 피해자 주거지인 3층에서 아내와 딸과 함께 있었다. 이어 4층으로 돌아갔던 A 씨가 흉기를 들고 내려와 부인의 목을 찌르고 부인이 비명을 지르자 여경은 가해자를 진압하지 않고 지원요청을 하겠다고 1층으로 내려가다가 선임자인 남성 경찰관을 계단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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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종 열린정책뉴스 논설위원(경찰학박사, 전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겸임교수)

     

    당시 여경은 테이저 건과 삼단봉을 휴대하고 남성 경찰관은 권총을 휴대하고 있었다. 남편 B 씨는 두 경찰관에게 빨리 올라가자고 했지만, 두 경찰관은 1층으로 내려가 빌라 밖으로 나갔다. 이어 공동 현관문이 닫히고 두 경찰관은 이웃이 문을 열었을 때 다시 올라왔다. 그 사이 남편 B 씨가 도착했을 때 딸은 맨손으로 흉기를 휘두르는 남성 A와 맞서고 있었고, 남편 B 씨가 손 인대를 끊기는 상처를 입으면서 A 씨를 제압하였다. 결과적으로 경찰은 가해자가 제압된 이후 나타났고, 구조 요청을 위해 밖으로 나갔다는 해명을 내놓고 있다. 


    이번 층간 소음 흉기 난동 사건은 대한민국 경찰의 존재 이유를 묻고 있다. 범죄를 방치하고 범행현장에서 도망치고, 범인 제압을 회피한 경찰이 국민에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국민은 공분하고 있다. 경찰의 역할은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보호, 범죄의 예방과 진압, 범죄 피해자의 보호이다. 이번 사건에서 경찰은 이 기본역할을 포기함으로써 국민으로부터 불신을 받게 됐다. 경찰청은 해당 경찰관 2명과 해당 경찰서장을 직위 해제하고 감찰을 진행하고 있다. 경찰학교 교육 기간을 연장하고, 범죄 대응 훈련과 현장 훈련을 강화하고, 현장 대응력 강화 테스크 포스(TF)를 구성하여 해당 매뉴얼을 개선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1∼2년 차 신입 경찰 1만 명을 대상으로 수갑, 삼단봉, 테이저 건, 권총, 직업윤리 등 재교육도 진행한다. 여성·청소년 사건 등 현장 담당 경찰 7만 명도 테이저 건 훈련이 추가된다. 


    이번 사건은 여경의 채용 기준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경찰학교의 교육훈련 및 재직자 훈련의 적정성, 경찰 정신 및 윤리 등 여러 문제점을 살펴보게 만든다. 여경 논란이 벌어진 이유는 이번 사건은 출동한 남성 경위와 여성 순경이 현장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핵심인데 현장을 이탈한 순경이 여성이란 점을 부각시켜 젠더 문제로 비화한 것이다. 물론 여경 지원자의 체력검정이 남성에 비해 다소 약하고 군대를 제대한 남성에 대한 가산점이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젊은 남성층에서 불만이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출동한 여경은 지난해 12월 중앙경찰학교에 입교해 4개월간의 교육을 마친 신임 순경으로 현장에 배치된 이후 단 한 번의 물리력 대응훈련도 받지 못했고, 코로나 때문에 비대면 수업이 진행됐고, 테이저 건 실습도 어려웠다. 중앙경찰학교 교육 때도 테이저 건 교육이 3시간에 불과했고, 테이저 건 한발에 4만 원의 비용이 들어 대부분 학생에게 실습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중앙경찰학교의 신임 순경 교육 기간은 2018년까지는 6개월인데 2019년부터 4개월로 줄어들었다. 정부의 경찰공무원 20,000명 증원 목표에 맞추기 위해 경찰관의 단계적 증원이 필요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중앙경찰학교의 학생 수용 시설이 이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경찰학교 교육 기간을 2개월 단축하고, 대신 현장 훈련으로 대치하는 방침으로 변경되었다. 우선 졸업부터 시키고 보자는 것이다. 원칙이 쉽게 무너진 것이다.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작년과 올해 코로나 때문에 현장에서 충실한 훈련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와 같은 모든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가해자로부터 시민이 무력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 경찰관이 현장에서 이탈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직무유기이다. 또 한 명의 남성 경찰은 경위이고 19년 차로 근무경험이 충분하고 권총을 소지하고 있었는데 비명을 듣고도 구조 요청을 이유로 밖으로 나온 것은 책무를 망각한 무책임한 행동이다. 


    경찰이 무기를 휴대한 것 자체가 범인에게는 위협적인 것이다. 경찰은 살인 면허를 가졌다고도 말한다. 경찰관은 범인의 체포, 범인의 도주 방지,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의 방어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우리 국민 사이에 무기를 휴대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 경찰은 무기를 휴대하고 필요한 경우에 이를 사용하는 것이 의무이다. 물론 경찰이 무기를 사용한 경우 법적 소송에 휘말리면 어떻게 할 것인가의 부담도 있다. 경찰의 정당한 물리력 행사는 국가가 보호해줘야 한다. 이런 면에서 김창룡 경찰청장은 필요한 경우 과감히 물리력을 행사하라고 전 경찰에게 지시하고 있다. 


    경찰관을 신규 채용할 때 인성과 자질 등 배경조사가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 경찰은 지원자의 배경조사를 할 때 학교의 기록, 교사, 친구, 가족, 은행 등 모두 체크 해야 한다. 경찰 업무는 물리력을 사용하고, 긴급상황, 많은 유혹 등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므로 인성, 용기, 정직 등 덕목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일단 채용이 확정되면 철저한 교육훈련이 이루어져야 한다. 뉴욕시 경찰청(NYPD)의 경찰학교는 신체 훈련 및 전술 획득을 위해 유연 체조, 응급처치, 심폐소생술, 수중 안전 등 광범위한 훈련을 한다. 특히 신체 지구력 테스트를 위한 직무표준 시험은 장애물 넘기, 계단 오르기, 신체 억제 모의 상황, 추격 달리기, 피해자 구출, 방아쇠 당기기를 3분 32초에 완료해야 하고, 1.5마일 달리기는 14분 21초에 완료해야 한다. 시나리오에 따른 훈련도 병행된다.


    훌륭하고 윤리적인 경찰관을 어떻게 육성하고 유지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일이다. 미국 FBI는 연방법집행기관이다. FBI는 충성(Fidelity), 용맹(Bravery), 정직(Integrity)을 교육 목표로 하고 있다. 훌륭하고 윤리적인 경찰관은 가장 먼저 국가에 충성하고 현장에서 용기 있게 행동하고 업무를 정직하게 수행해야 한다. 훌륭한 경찰관은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 말로만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지킨다면 공염불이 된다.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한다. 훌륭한 경찰관은 국민의 인권과 시민권을 존중하는 사람이다. 공정하게 법을 집행해야 한다. 법이 규정한 경우 외는 누구도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 경찰은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2001년 9월 11일 화요일 아침 알카에다가 주도한 자살 테러 공격으로 뉴욕 110층 World Trade 쌍둥이 빌딩이 붕괴하고 2,977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이 사망자 중 412명이 소방관과 경찰관 등이다. 이들은 화마에 휩싸인 시뻘건 불길에서 불가능을 알면서도 한 사람이라도 더 구조하기 위해 자신들의 몸을 던졌다. 시민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던진 진정한 영웅이다. 공적 서비스와 대의를 위해 진정 살신성인을 보여준 사례이다. 


    이보다 고귀한 삶이 있겠는가! 

    우리나라 경찰에서도 귀감이 되고 훌륭한 경찰관이 오늘도 묵묵히 일하고 있다. 매년 忠, 信, 勇의 훌륭한 경찰관이 탄생한다. 

     

    경찰은 이번 인천 사건을 계기로 무사 안일과 형식주의를 버려야 한다. 경찰이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설 자리가 없게 되고 경찰활동은 더욱 어려움에 직면한다. 경찰이 경찰공무원의 채용 및 훈련에 일대 혁신을 기하여 환골탈태함으로써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국민에게 사랑받고 존경받는 경찰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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