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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마지막 공부

기사입력 2021.12.21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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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을 지켜낸다는 것...

    [칼럼=열린정책뉴스] 조윤제 작가가 쓴 '다산의 마지막 공부의 마음을 지켜낸다'는 책을 읽으면서 평소 존경했던 다산 선생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다산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일생동안 육경과 사서로 나의 몸을 닦았다. 그리고 경세유표와 목민심서, 흠흠신서의 일표와 이서를 지어 천하국가를 다스리는데 도움이 되고자 했다. 이로써 나는 학문의 본말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20211220155825_463c9d769419fa67278897f1e058937f_j44z.jpg(사진: 열정뉴스DB) 김현태 열린정책뉴스 논설위원

     

     

    그러나 알아주는 이는 적고 나무라는 이는 많다. 만약 하늘이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저 횃불로 내 모든 책들을 모조리 태워버려도 좋다' 이 글은 다산 정약용의 고백이다. 조선의 최고의 실학자, 500여 권에 달하는 여유당전서의 저자, 유교의 학문과 사상을 공부했지만 무조건 중국의 학문을 따르지 않은 뚜렸한 주관을 지닌 학자로서의 자긍심이 분명히 드러나는 글이다. 이 글은 오랜 귀양생활 후 회갑을 맞아 스스로 쓴 묘비명에 실려 있다.

     

    다산은 정조임금과 함께 조선 후기 개혁을 이끌었지만, 정조 사후 무려 18년 간의 유배생활을 겪어야 했다. 비록 '어릴 때는학문의 뜻을 두었으나, 20년 동안 세속의 길에 빠져 다시 선왕의 휼륭한 정치가 있는 줄 알지 못했는데 이제야 여가를 얻게 되었다' 라며 마음을 다스렸지만, 억울한 유배생활이 결코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셋째형 정약종은 처형을 당했고 둘째형 정약전은 정약용과 함께 유배를 떠나 온 집안이 몰락한 상황을 겪어야 했다. 심지어 유배 초기에는 받아주는 데가 없어서 가난한 떡장수 노파의 비좁은 집에서 뒷방생활을 했다고 한다. 바로 이러한 고난의 시기에 다산은 소학과 심경에 심취했다. 이 두 책에 자신의 생각을 담아낸 소학지언과 심경밀협은 모두 유배지에서 쓴 책이다.

     

     다산은 심경밀협의 머리글에서 이렇게 썼다 나는 궁핍하게 일 없이 살면서 육경과 사서를 벌써 여러 해 동안 탐구했는데, 한가지라도 얻는 것이 있으면 설명을 달고 기록하여 간직해 두었다. 이제 독실하게 실천할 방법을 찾아보니, 오직 소학과 심경이 여러 경전 가운데 특출하게 빼어났다. 진실로 이 두 책에 침작하여 힘써 행하되, 소학으로 외면을 다스리고 심경으로 내면을 다스린다면 거의 현인의 길에 이르지 않을까. 돌아보건데 나의 삶은 잘못되었으니 노년의 보답으로 갚아야 할 일이다. 소학지언은 옛 주석을 보충한 것이고, 심경밀험은 몸으로 체험하여 스스로 경계하는 것이다

     

    이제로부터 죽는 날까지 마음을 다스리는 일에 힘을 다하고자 하여, 경전을 공부하는 일을 심경으로 맺고자 한다. ! 능히 실천할 수 있을까? 제왕학의 심경은 주자의 제자였던 송나라 학자 진덕수가 편찬한 책이다. 사서삼경 등 유학의 경전을 비롯하여 주돈이, 범준, 주회등 송대 학자들의 마음 수양법도 포함되어 있다.

     

     정조는 다산과 함께 조선 후기의 개혁정치를 이끌어 내었던 위대한 임금이다. 학문도 깊어서 신하들을 오히려 가르치고 이끌며 문화적 황금기를 이룰 수 있었다. 정조가 신하들과 함께 심경올 논했던 것이다. 정조 역시 심경은 '경전의 가르침과 성현의 공부를 한 편에 집대성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나라를 이끄는 군주로서 가장 먼저 마음을 다스릴 수 있어야 나라를 제대로 다스릴 수 있다는 깨우침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에는 잘 알려진 '수신제가치국평천하'가 실려 있다. 나라와 천하를 잘 다스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자기 몸을 가다듬고 마음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뜻이다.

     

     '사물의 이치를 연구한 후에야 앎을 얻을 수 있고, 앎이 지극해진 후에야 뜻이 성실해진다. 생각이 성실해지면 마음이 바르게 되고, 마음이 바르게 된 후에야 자신을 닦을 수 있다. 자신을 닦은 후에야 집안이 바로 잡히고, 집안이 바로 잡힌 후에야 나라가 다스려지고, 나라가 다스러진 후에야 천하가 평안해진다'. 천하를 통치하려고 하는 사람은 가장 먼저 학문을 닦아서 지식을 쌓아야 하고, 바르게 뜻을 세우고 마음을 바르게 해야 한다. 정조는 바로 이것을 말하며 국왕으로서 나라의 올바른 통치를 의해 심경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공부는 결국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과정이라고 썼다. 맹자의 고자장구 상에는 사람들은 닭이나 개를 잃어 버리면 곧 찾을 줄 알지만, 잃어버린 마음은 찾을 줄 모른다. 학문이란 다른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데 있다고 했다.

     맹자는 성공과 명예, 물질과 권세를 탐하면서도 정작 소중한 마음을 잃고도 찾지 않는 사람들을 질책하고 있다. 그리고 학문과 수양이란 다른 것이 아니라 마음을 지키는 것이고, 만약 마음을 잃었다면 그 마음을 찾아오는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맹자의 이 가르침은 오늘날에도 절실하다.

    마음을 붙잡으면 보존되고 놓으면 잃는 것이라고 썻다. 정약용이 최악의 고난에 처했을 때 마음을 다스렸다는 심경에 주목했다. 퇴계와 율곡을 비롯한 조선 최고의 학자들이 학문과 수양을 위해 치열하게 공부하고 논쟁했던 책, 정조를 비롯한 많은 조선의 왕들이 지도자로서 마음가짐을 바로잡기 위해 얶었던 책들에는 무었이 담겨 있을까 알고 싶었다

     

    그리고 마음을 잃어버린 시대에 정말 마음을 채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 궁금했다고 한다. 책에는 옛 선비들이 몸을 닦고 마음을 다스리는 마음공부의 경구 37편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책에는 번거롭고 힘든 현실에 지친 현실에서 지친 마음에 휴식을 주는 '힐링', 현실에 집착하는 마음에서 벗어나려는 '욜로 라이프', 스스로의 가치를 찾고 자기 자존감을 높이려는 '자존감 수업'도 없었다. 종교에서 얻을 수 있는 마음의 치유도 없었다.

     

    달콤한 위로도, 스스로가 안타까워서 우는 자기 연민도 없었다. 다만 책에는 조금의 타협도 없는 치열한 선비들의 수양과 정신의 길이 담겨 있었다. 맹자가 말했던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방법이 담겨 있었다. 욕망과 이익을 탐하는 마음 대신 우리 마음에 진정으로 채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가르침이 있었다. 2,500년을 이어온 동양철학의 지혜도 함께 담겨 있었다. 이가르침을 함께 나누고 싶어 책을 썼다고 했다

     

    공자가 마음을 두고 말했던 '붙잡으면 보존되고 놓으면 잃는다' 이다. 마음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바로 나, 우리의 것이다. 그 마음을 붙잡은 것도 나 자신이며 잃어버리는 것도 바로 나인 것이다. 잃어버리기는 쉽지만 설사 잃었다고 해도 다시 찾아오면 된다. 옛 선비들이 햇듯이 치열한 공부와 수양은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단지 마음을 두드리는 글을 읽으며 작은 깨우침을 하루하루 쌓아간다면, 잃어버린 줄도 모르고 있었던 마음이 나도 모르게 도로 돌아올 것이다. 그 시간은 생명이 되살아나는 시간, 평탄지기의 새벽 시간이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고 썼다.

     

     1부에서는 '약동섭천' 당당함은 삼가고 반추하는 데에서 나온다 에서 구속받지 않는 사람에게는 중심이 있고 어른이라면 자신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어야 하며  당당함은 스스로에 대한 엄격함에서 나오고 비범함은 무수한 평범함이 쌓인 결과로 성실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견고함이요 선비는 평범한 일상을 정성스럽게쌓아나가는 사람이다. 마음이 흔들렀다면 잠시 멈추고 스스로를 정리하고 매일 스스로를 허물어 거듭 시작하며 돌아볼 줄 안다면 돌아올 수 있다.

     버려야 할 것을 못 버리면 스스로를 버리게 된다.

     인이란 평소에도 제대로 행동하는 것으로 마음을 얻고 싶다면 먼저 마음을 꺼내라 하며 주변에 휩쓸리지 말고 나다운 나를 지키라고 썼다.

     2'거피취자' 이상에 취하지 말고 일상에 몰두하라에서 자존심은 부끄러움을 아는 데에서 시작한다고 했고 스스로에게 모든 정성을 다하라며 마음을 정돈하고 싶다면 몸부터 바르게 하라고썼다. 배우고자 하는 자세를 습관으로 만들며 지키고 싶다면 벽을 세우지 말고 속을 채우며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단호함이 필요하고 인간이라면 사람 귀한 줄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넓게 볼 줄 안다면 지금이 두렵지 않다고 했다. 경험에 휘들리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보라고 했다. 마음을 지키고 싶다면 먼저 그 마음을 내려놓고 공부는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과정으로 자신에게만 너그러울 때 사람은 괴물이 된다고 썼다. 손해봐도 좋다는 마음이 더 큰 것을 가져간다고 썼다.

     

     3'전미개요' 껍질에 갇히지 말고 스스로의 중심을 세워라에서 공부는 얼마나 하는지 보다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사람이라면 부끄러움을 알아야 하고 인간의 완성은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시작되며,성찰이 없는 공부는 공부가 아니며 마음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기르는 것이라고했다. 인간에게는 마음을 회복할 수 있는 힘이 있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은 배움에서 나오며 나를 만들어나가는 것은 다름아닌 나 자신이다. 사는 대로 생각하면 인간은 멈춰지며 무난하게 사는 것이야말로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고 했다. 마음은 내 것이지만 내 마음대로 되지는 않으며 마음이 바뀌면 모든 것이 바꾼다고 썼다.

     

    저자는 다산이 일생 동안 책을 읽고 몸을 닦아왔던 육경과 소학, 심경, 소학지언, 심경밀엽 등의 내용을 소상하게 소개하면서 우리들에게 알기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글 을 써 주셨기에 후학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을뿐만 아니라, 특히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이 책을 반드시 읽어 보고 자기 성찰을 통해 바르고 깨끗한 정치를 했으면 좋게다는 생각을 해보며 글을 써주신 저자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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