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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과 장바구니 물가가 비상이다

기사입력 2022.01.2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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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종 논설위원=열린정책뉴스] 최근 우리 사회에 인플레이션의 우려가 커진다. 각종 물가가 치솟고 있다. 코로나 영향으로 돈이 엄청나게 풀렸고, 부동산과 주식 등 수요가 폭발하면서 인플레이션 요인이 되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자국 통화의 구매력이 상실되는 것을 말한다.


    화폐 가치가 하락하여 물가수준이 전체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약간의 인플레이션이 있는 경우 생산비용보다 생산물의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기업의 입장에는 이윤이 되어 생산량을 증가하게 된다. 생산이 증가하면 고용의 확대와 소득의 증가로 이어져 지출이 확대되고 경제의 선순환 역할을 한다.


    그러나 극심한 인플레이션은 자원의 비효율적인 배분과 소득의 불공평한 분배를 유발한다. 인플레이션은 수요 증가, 비용 인상, 관리가격, 통화가 주원인이다. 첫째,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이다. 민간소비, 투자, 정부지출, 순수출 중에서 어느 하나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경우 인플레이션이 일어난다. 둘째,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이다. 수요는 변화가 없는데 공급이 줄어들면 인플레이션이 일어난다. 원자재 가격이 인상되어 공급이 감소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셋째, 관리가격 인플레이션이다. 독과점 기업이 상품의 가격을 올림으로써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넷째, 통화 인플레이션이다. 화폐량이 늘어나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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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종 열린정책뉴스 논설위원

     

    인플레이션의 부작용은 실로 크다. 부와 소득이 불평등하게 분배되고 경제 성장이 저해되고 국제수지가 악화한다. 화폐 보유자는 손해를 보고 부동산 등 실물 보유자는 이익을 본다. 대개 부자는 실물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은 봉급자가 많으므로 빈부격차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저축은 감소하고 부동산 등에 투기가 증가하므로 경제 성장에 도움이 안 된다. 국내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 가격이 상승하여 수출 경쟁력이 낮게 되어 국제수지에도 악화를 가져온다.


    인플레이션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일어났다. 고대 이집트와 로마 시대에도 인플레이션이 일어났다는 기록이 있고, 21세기에도 여러 차례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가장 큰 인플레이션은 1946년 7월에 발생한 헝가리 인플레이션으로 무려 10의 29승의 4배였다. 1일 인플레이션율이 207 퍼센트이고 물가는 15시간마다 2배씩 뛰어올랐다. 2위는 2007년 나이지리아에서 일어났다. 1일 인플레이션은 98 퍼센트에 달했고, 물가는 24시간 간격으로 2배씩 뛰었다. 


    3위는 유고슬라비아에서 일어났다. 당시 월 인플레이션은 3억 1300만 퍼센트였고, 1일 인플레이션율은 65 퍼센트로 물가가 1.4일 간격으로 2배씩 올랐다. 4위는 1923년 독일의 초인플레이션이었다. 월 인플레이션율은 2만 9500 퍼센트, 1일 인플레이션율은 20.9 퍼센트, 물가는 3.7일 간격으로 2배씩 상승했다. 돈을 세는 것이 무의미하고 무게로 재야 했던 경우는 2016년 베네수엘라의 모습이다. 당시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21세기형 사회주의를 부르짖으며 물가, 언론, 금융정책과 외환거래를 통제했다. 그러던 와중에 국제유가가 급락했다. 국제통화기금에서 평가한 베네수엘라의 연 인플레이션은 720 퍼센트였다. 상점의 진열대는 텅 비어 있고, 식료품 대란이 벌어졌다. 


    우리나라도 인플레이션 고통을 여러 차례 겪었다. 6.25 전쟁 때는 말할 것도 없다. 1973년 제1차 석유파동, 1978년 제2차 석유파동을 치렀다. 수십 퍼센트에 달하는 물가상승으로 배급제가 시행되어 난방용, 조리용, 운송용 연료를 사려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플레이션 사례들을 보면 걱정이 된다. 밥상물가와 외식 물가가 오르고 사람들이 늘 애용하는 커피 값도 오른다. 생필품 가격도 올라 장보기가 겁난다. 생산자 물가도 급등한다. 전기료와 가스료도 대선 이후 올릴 예정인 가운데 한국은행은 물가 잡겠다고 금리를 올리고 정부는 대선을 앞두고 돈을 풀고 있다. 1만 원으로 점심 한 끼 해결하기도 힘들다는 말이 나온다. 종로 자하문로 한 우동집 가격이 1만 500원, 돼지국밥 한 그릇이 9000원이고, 우리나라 대표 음식인 비빔밥도 서울 시내 평균 가격이 9154원이다. 갈비탕도 10%, 생선회도 9% 올라, 외식 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12월 10년 3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OECD 통계를 보면, 지난해 3분기 우리나라 밥상물가는 5% 상승하여 38개 회원국 중 터키(27.6%), 콜롬비아(11.2%), 호주(10.6%), 멕시코(8.0%)에 이어 다섯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젠 치약 하나도 기본 4000원 하네요. 정말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나 봅니다.’ ‘오늘 마트에서 휴지랑 생필품 몇 개 샀는데 6만 원 넘게 깨졌다.’ 등 주부들의 글이 인터넷을 달군다. 치약, 샴푸, 세제 등이 10%씩 올랐고, 지난 3분기에 가장 많이 오른 품목은 달걀, 배, 사과, 마늘, 감 등이고 된장과 고추장값도 설 끝나고 10% 인상 예정이다. 통계청은 2021년 물가 상승률이 2.5%를 기록했고, 일상 생필품 144개 품목으로 따로 계산하는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3.2% 올랐다고 밝혔다. 이것은 2011년(4.4%)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다.


    작년 11월 생산자 물가가 1년 전보다 9.6% 급등하여 13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석탄, 석유제품(3.8%), 1차 금속제품(0.9%), 전기, 가스, 수도 부문(1.8%), 토마토(46.7%), 배추(53.5%), 돼지고기(13.5%), 항공화물(7.2%) 등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생산자 물가는 통상 한달 정도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다. 전기료는 안 올린다던 정부가 대선 이후 올리도록 다음 정부에 책임을 넘겼다. 대선이 끝나면 전기요금은 10.6%, 도시가스요금은 16.2% 대폭 인상한다. 작년 한전이 4조 원대 영업적자를 기록해 공기업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지자 조치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처럼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가계부채가 1,845조 원까지 불어나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월 14일 기준금리를 0.25% 올려 연 1.25%로 결정했다. 한국은행은 금리 추가 인상도 시사했다. 한국은행의 이 같은 결정은 국내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것이지만, 미국 등 유럽 국가들의 금리 인상 계획 움직임에 대한 선제적 대응 조치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부는 같은 날 14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계획을 발표했다. 국가 채무가 1000조 원에 이르고 올해 607조 원의 슈퍼 예산이 편성되었고, 국민 1인당 빚도 2천만 원이 넘는데 정부는 대선을 앞두고 돈을 풀겠다고 한다. 1월 추경 예산은 6.25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 지원을 명분으로 하지만, 대선 54일 전 추경안이 발표되자 야당은 대선용이라고 비판했다.


    세계 주요국들이 화폐의 유동성 잔치에서 철수하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물가 인플레이션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려 물가를 잡겠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무차별적 세금 퍼주기 경쟁이 발생하고 있다. 여, 야 대선 후보는 국민의 마음을 잡기 위해 포퓰리즘에 기대어 세금 살포로 선심 정책을 펴고 있다. 인플레이션의 희생자는 가난한 사람들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집도, 금도, 유가물도 없다. 지갑 속에 현금이 조금 들어 있다. 부자들은 주식, 부동산, 임야, 귀금속 등 소위 인플레이션 영향을 적게 받으면서 산다.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면 빈곤율도 상승하고 불평등도 심화한다. 경제가 정치 논리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은 그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 국민이 나설 때이다. 연초부터 물가가 줄줄이 인상되기 시작하면서 서민들은 등골이 휜다. 누가 나라와 경제를 일으켜 세울 수 있을까? 3월 9일 대선이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침묵의 방관자가 되지 말아야 한다. 행동하는 주권자로서 올바른 선택을 하고 국정에 대한 감시의 끈을 느슨하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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