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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통계 통합·독립하여 국가과학 건설하자

기사입력 2022.04.25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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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열린정책뉴스] 우리나라 국가 승인 통계는 1276종이지만 각 부처에 흩어져 있어 통계의 가치와 활용도가 떨어진다. 국가 통계 중에서도 부처 사이에 데이터베이스(DB)가 연계된 통계는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 통계청은 직접 생산하는 66종만 관리하고 나머지 통계는 부처별로 각각 운영되고 있다. 통계수가 많은 부처로는 보건 63종, 농림수산 57종, 정보통신 47종, 교육문화와 경제 각각 40종, 환경 38종, 노동 37종이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 1위이고 출산율은 세계 꼴찌이다. 이에 따라 연금고갈, 성장률 감소, 노인빈곤율 등 여러 문제의 해결이 시급한 가운데 관련 정책수립을 위한 통계자료의 통합 운영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국가 통계가 통합이 안 된 상태여서 통계 활용이 어려운 처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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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종 열린정책뉴스 논설위원

     

    연금 개혁을 추진하려면 실태 파악부터 되어야 한다. 그러나 기초 연금과 국민연금은 보건복지부, 퇴직 연금은 고용노동부, 개인연금은 국세청, 주택연금은 금융위원회와 주택금융공사 등에 제각각 분산관리 되고 있다. 통계청이 연금 자료를 통합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개인정보 보호 등 반대로 무산됐고 자료 수집도 못 한 상태이다. 노인빈곤율 자료도 엉성하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2018년)은 43.4%로 OECD평균(14.8%)의 3배에 달하고 회원국 중 1위이다. 이 빈곤율 수치는 실제 쓸 수 있는 가처분 소득이 전체 인구의 중간 소득보다 낮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을 말한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 통계는 통계청이 2만 가구를 대상으로 가계 및 복지 조사를 설문한 자료이다. 고령층 소득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국세청 자료, 국민연금 등 4대 연금 자료, 보건 복지 제도 자료 등이 연계되어야 하는데 이런 자료가 없는 것이다.


    정부 부처 통계가 연계되어 있지 않다는 문제점 이외에도 정부 입맛에 따라 통계를 분식한다는 점이 논란이 되기도 하였다. 문재인 정부 첫 통계청장이었던 황수경 전 청장이 13개월 만에 경질되었다. 당시 통계청이 발표한 통계를 보면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소득 분배가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효과를 바라는 정부의 기대와 다른 결과였다. 당시 황 전 청장은 물러나면서 “내가 썩 말을 잘 듣는 편은 아니었다”는 말을 남겨 파문을 일으켰다. 이 사건 이후 통계청은 조사대상 표본을 재설정하고 조사방식을 변경하여 소득 분배 악화 정도가 축소되는 것으로 발표되었다.  


    부동산 정책 통계에서도 문제가 나타났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2월 강남 4구 실거래 계약 하락 금액을 3억4천만 원이라고 발표했다. 이 인용 자료는 부동산원 통계에서 가져왔는데 이는 신고가 들어온 16개 단지 평균을 구한 것이고, 강남 전체 전수조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당시 KB국민은행이 조사한 주간 아파트값은 서울과 수도권 모두 하락하지 않았다. 선진국들은 통계를 통합·운영하고 독립성 유지를 위해 정부의 최상급 기관에서 관장한다. 프랑스는 공공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총리실 산하에 최고 데이터 책임자를 두고 있고, 핀란드도 소득, 교육, 건강, 지방재정 등에 관한 통계를 부처들이 공유하고 있다. 미국은 대통령, 영국은 의회, 아일랜드는 국무총리 아래 운영 중이다.


    사회과학의 발달은 실증주의 주창자인 오귀스트 콩트에서부터 시작한다. 실증주의는 관찰하고 비교하고 실험을 통해서 사회와 인간행동의 본질을 규명하는 과학적 방법론이다. 콩트의 제자이자 세계 최초 사회학 박사가 된 에밀 듸르껭은 사회적 사실을 연구하였다. 사회적 사실이란 법률이나 관습처럼 사회적 성격을 드러내는 행동, 사고, 느낌의 양식과 같은 것들이다. 사회적 사실들은 개인의 바깥에 존재하면서 개인의 행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범죄, 결혼, 이혼, 출생 등의 현상에 적용된다. 범죄를 예로 들어보자. 범죄를 저지르는 주체는 개인이지만, 범죄율은 집단과 사회 및 시기에 따라 달리 나타나는 사회적 현상이다. 듸르껭의 「자살론」 연구는 최초로 통계적인 자료를 이용하여 자살을 연구한 귀중한 자료이다. 자살이 개인의 결심 때문에 수행되는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자살은 사람들 사이의 결속이라는 사회적 사실이 연관됨을 밝히고 있다. 듸르껭은 프랑스의 자살 통계를 조사하여 가난한 사람들보다 부자들이, 여성보다 남성이 더 많았고, 자살률이 전쟁 시에는 낮아지고 경제적 변화나 불안정한 시기에 높아진다는 것을 밝혔다. 

     

    자신이 속하고 있는 사회집단에 강하게 통합되어 있고, 사회 규범의 규제에 따라 자신의 욕망을 조절하는 사람들이 자살할 가능성이 더 낮다는 것이다. 오늘날 사회적 사실은 세계화, 사회변동, 환경, 도시, 정치, 경제, 문화, 종교, 가족, 일, 일상생활, 건강, 질병, 장애, 계층, 빈곤, 사회적 배제, 복지, 평등, 젠더, 미디어, 조직, 범죄, 사회운동, 정보화, 민족, 전쟁 등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포함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통계가 필요하지 않은 영역은 없다. 사회적 사실의 과학화에는 통계와 통계분석 기법이 대단히 중요하다. 통계자료가 통합되지 못할 경우, 이용에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고 더구나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성향에 따라 통계 이용이 왜곡된다면, 4차 산업 경쟁에서 이길 수가 없다.


    우리나라 통계 역사는 선진국에 비하면 역사가 짧다. 인구 조사의 경우만 보더라도 영국은 1801년 이래 인구 센서스를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25년 10월 1일 조선총독부에서 인구 조사가 있었고, 해방 이후 1949년 정부수립 후 최초의 총인구 조사가 시행되었다. 통계자료의 축적관리 못지않게 자료를 객관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 기관에서 관장하는 통계는 국가의 공식기록이다. 따라서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데이터관리가 체계적이고 과학적이어야 한다.


    통계 수치를 외국과 무조건 비교하는 것도 금물이다. 미국의 물가 상승률에 비하면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아직은 괜찮다고 대응하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 국내 3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4.1%인데, 미국은 8.5%라고 비교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소비자 물가에서는 자가 주거비가 빠져 있다. 자가 주거비란 본인 소유 집에서 발생하는 비용으로 주택담보 대출 이자, 임대료 수익, 재산세 등 세금 유지 및 관리비 등이다. 우리나라 소비자 물가 주거비는 전체의 9.8%로 자가 주거비 없이 전, 월세 등락만 반영된다. 그러나 주요국들은 자가 주거비와 주택 임차료를 합친 금액으로 반영하는데 미국은 32%, 영국은 26%를 반영한다. 우리나라 물가는 집값이 물가에 정확히 반영되지 않았다. 따라서 단순 비교가 어렵다.


    4차 산업 혁명 및 디지털 시대 통계는 바람직한가 옳은가의 규범적 문제를 다루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통계와 과학적 지식은 현상이 왜 일어나는가를 밝히는 것이다. 통계가 일반적이고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득 주도 성장을 옹호하기 위하여 통계를 짜깁기하는 것이 아니고 또한 강남 일부 부동산 사례를 마치 전체 사례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도 아니다. 


    새 정부는 국가 통계를 통합·활용하여 국가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통계와 과학 앞에는 정치적, 이념적 이해관계가 발을 붙여서는 안 된다. 정치가 통계에 관여하여 왜곡하는 일은 없어야 하고 부처 이기주의에 함몰돼서도 안 된다. 정부가 통계를 움켜쥐어서도 안 되고 자료를 적절히 공개하여야 한다. 한비자는 아무리 훌륭한 거짓도 보잘것없는 진실보다는 못하다고 하였다. 아무리 대단한 거짓말도 작은 진실 가치보다 못하다. 정직이 최상의 정책이다. 국가과학 건설은 말로 되는 것이 아니고 실천이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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