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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검수완박인가?

기사입력 2022.05.08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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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 신뢰 잃으면 자승자박의 길...

    [칼럼=열린정책뉴스] 문재인 정부 임기 내 목표로 그동안 무섭게 밀어붙여 온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검수완박법이 지난 3일(화)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에 의해 의결, 공포됐다. 법안발의 18일 만에 속전속결 처리였다.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기 위해서는 안건조정위부터 통과해야 한다. 안건조정위는 다수당의 입법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대립하는 안건에 대해 여야 각각 3명으로 구성하여 90일까지 논의할 수 있고, 4명이 찬성해야 한다. 민주당은 무소속 양형자 의원을 야당 몫으로 법사위에 보임하였으나 양 의원이 반대하자, 민주당을 위장 탈당해 무소속이 된 민형배 의원과 민주당 의원 3인의 찬성으로 본회의에 법안을 상정하였다. 27일 본회의가 열렸고 국민의 힘은 필리버스터로 검수완박법의 처리를 막았으나 회기 쪼개기에 막혀 무력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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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종 열린정책뉴스 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은 이어 지난 30일 검찰청법 개정을 단독 처리하였고, 3일 형사소송법 개정 마저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켰다. 문 정부 마지막 국무회의가 열리는 3일 법안 공포를 위해 국회 본회의는 국회법을 무시한 채 4시간 당겨졌고, 국무회의는 4시간 30분 미뤄졌다. 검찰, 법원, 변호사, 시민 단체, 학계는 물론이고 심지어 국제협력개발기구(OECD)까지 반대하고 국민 여론도 50%가 넘는 반대인데도, 국회 내 토론은 물론 공청회 한번 열리지 않았다. 민주당의 위장 탈당과 회기 쪼개기 등 온갖 편법꼼수가 동원되고, 중재안과 수정안이 수시로 변경되면서 민주당 의원들도 법안 내용을 모른다고 할 정도이다. 


    검수완박이란 검찰의 기존 6대 범죄(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수사권 가운데 부패와 경제만 한시적으로 남기고 수사권은 경찰이 맡고 검찰은 기소업무만 전담토록 하고, 중대범죄 수사를 위해 중대범죄수사청을 설립 한다는 내용이다. 이로써 검찰은 부패와 경제 수사만 담당하고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사건은 오는 9월부터 경찰이 담당하고 검찰이 일시적으로 담당하는 부패와 경제 수사도 1년 6개월 후 새로이 설립되는 중대범죄청으로 이관된다. 


    민주당이 내세운 검찰의 수사권 박탈 논리는 과거 검찰이 공정성을 훼손했고 선진국들은 수사와 기소를 분리 운영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보고 편향적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그러나 검찰의 정권 편향은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하지 않고 정치 편향적으로 운영해온 권력자의 책임이 크다. 정치로부터 검찰의 독립성이 보장되면 검찰의 편향성을 막을 수 있다. 검찰의 독립성 보장이 선행되어야 한다. 선진국들은 수사와 기소를 분리 운영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독일, 프랑스, 일본, 미국 등 국가들은 검찰이 수사권을 운영 중이다. 


    작년 1월 검경수사권이 조정되고 시행된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그동안 수사 경찰은 업무량이 많이 늘어나 사건 처리가 늦어져 국민이 피해를 보고, 수사 경찰은 수사경찰대로 업무량은 늘어나고 승진은 잘 안 되어 수사 업무 기피 현상이 발생하였다.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도 아직 해소가 안 된 상태에서 또다시 국가 형사 시스템을 대수술한 것이다. 의사가 환자를 수술할 때도 환자가 수술받을 수 있는 몸 상태인가를 먼저 점검하고, 몸 상태가 안 되면 보완조치부터 한다. 경찰이 이 모든 수사량을 소화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먼저이다. 


    경찰의 수사 인력 보강, 수사역량증대, 사기 앙양 정책이 선행되어야 한다. 경찰이 수사하고 검찰이 기소하는 형사사법 정책 방향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것과 검찰의 직접 수사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경찰과 검찰과의 수사 협력 범위를 결정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과거처럼 검찰이 경찰을 상명하복 관계로 지휘하고 경찰 인사까지 간섭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경찰과 검찰은 범죄를 척결하기 위해 상호 협력하고 보완하는 동등한 관계여야 한다. 불과 1년 전에 검경수사권 조정이 이루어졌고 경찰이 수사 주체로 인정받았다. 검경수사권 조정의 부작용부터 보완하고 검찰이 보유한 6대 범죄수사권 행사 문제를 검토하는 것이 순서이다. 검수완박법이 우리나라 형사사법 제도의 최종 목표인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고, 이를 시행하더라도 부작용은 최소화하여야 한다. 70년 이어져 온 형사사법 제도를 하루아침에 변경할 경우 그 부작용이 우려된다. 


    무엇보다 검수완박은 국민 피해가 가중되고, 정치가와 권력자 비리 수사가 빠지고, 경찰권이 비대화 되는 문제가 남게 된다. 대법원도 검수완박은 위헌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국민의 힘, 검찰, 변호사회, 학계 등도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을 제기하였고, 예고한 상태이다. 아직 헌재의 판단이 남아있고 검수완박에 대한 국민투표 말까지 나온다. 


    검수완박법의 일사천리 통과로 승리한 것 같지만,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리면 가시밭길로 자승자박하는 길이 될 수 있다. 국민은 국회에서 치열하게 토론하고 합의하는 성숙한 정치를 보고 싶다. 거대 정당이 자신의 이해관계만 생각하고 상대정당과의 논의 및 타협을 배제하고 정당한 절차와 국민의 여론을 무시한 순간 자신이 주인이 된 것처럼 행동한다. 

     

    국민은 묻고 있다. 검수완박은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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