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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자본에 대한 탐욕

기사입력 2022.05.23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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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칼럼=열린정책뉴스] 역대 정부의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문제가 아빠 찬스를 이용해 자녀가 논문을 썼다거나 대학에 입학했다는 내용이다. 

     

    이번 윤석열 정부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정호용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딸은 2016년 그리고 아들은 2018년 경북대 의대 학사 편입 전형에 각각 합격했다. 정 후보자는 이 시기에 경북대 병원 진료처장, 경북대 병원장으로 재직하였기 때문에 자녀들의 합격에 영향력이 있었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 후보자는 불법이나 특혜는 없었다고 밝히고 있고 청문회 과정에서 의혹이 확인된 것은 없다. 그런데도,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격언을 보면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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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종 열린정책뉴스 논설위원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딸 스펙 의혹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 장관의 딸이 국제 학술사이트에 등록한 논문이 표절이나 대필했다는 의혹이 논란이었다. 한 장관은 정식 논문이 아니고 작성 과정에 잘못이 없고 입시에 사용한 적도 없다고 맞섰다. 아빠 찬스를 이용해 대학과 의전원에 입학한 대표적인 케이스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이다. 조 전 장관 딸의 경우 여러 스펙이 입학 전형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았고 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온 상태이다. 


    4월 25일 교육부는 2007년부터 2018년까지 발표된 연구물 중 대학교수와 중 고교생 미성년자가 공저자로 나타난 사례를 검증한 결과 모두 1033건이었고 교수가 자기 자녀를 공저자로 올린 논문·연구물이 223건, 자기 자녀가 아닌 미성년자는 810건이었다고 발표했다. 이 중 기여한 게 거의 없는데 미성년자를 저자로 이름 올려준 부정 사례는 27개 대학 96건으로 집계됐다. 성균관대 약대 교수는 2016년 대학생이던 딸의 연구 과제를 위해 제자들에게 동물실험 및 논문 작성을 지시했고 그의 딸은 이를 바탕으로 서울대 치의원에 합격하였다.


    모든 부모는 자식이 잘 되기를 바란다. 자식이 돈도 많이 벌고 힘도 있고 명예를 얻기를 바라면서 정성껏 뒷바라지한다. 자식들도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신분 상승 사닥다리에서 최소 한 단계 이상 상승하기 위해 노력한다. 계층에서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즉 유산자와 무산자, 부르주아지 대 프롤레타리아로 최초로 구분한 사람은 칼 마르크스이다. 


    그러나 막스 베버는 재산만으로는 계층을 정확히 나타낼 수 없다고 보고, 계층을 재산, 위광, 권력으로 나누었다. 베버는 재산을 생산수단 여부로 구분하는 방법을 선택하면서도 화이트칼라를 유산자에 포함하여 그 범위를 넓히고 있다. 위광은 인품이나 업적 등으로 말미암아 타인으로부터 존경을 받는 것이며, 데레사 수녀가 이에 해당한다. 권력은 자기의 의사를 남에게 강제하는 힘으로 계층의 기준이 된다.


    사회적 계층에서 문화 자본의 개념을 도입하여 더욱 정교하게 계층을 설명한 사람은 피에르 부르디외이다. 부르디외는 계층에서 자본이라는 핵심 개념을 제시하면서 자본을 자원을 획득하고 사람들에게 이득을 부여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경제 자본, 사회 자본, 상징 자본, 문화 자본으로 나눈다. 경제 자본은 부와 소득 같은 경제적 자원이다. 사회적 자본은 엘리트 사회 연결망의 일원이 되거나 지위나 영향력이 높은 사회 집단에서 활동하는 것을 말한다. 상징 자본은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이 낮은 지위의 사람을 지배할 수 있게 해주는 위신, 지위, 명예를 말한다. 


    문화 자본은 가정환경이나 교육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으로 지식의 증가, 기술 수준의 향상, 학위 등 각종 자격증을 획득하는 것이다. 문화 자본은 경제 자본과 교환할 수 있고, 취업 면접에서도 교육 경력과 자격증은 다른 경쟁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사회적 자본을 많이 가진 사람들은 중요 인물을 알거나 중요한 모임에 가담할 수 있어 존경과 사회적 지위 상승이라는 상징 자본과 교환할 수 있고, 이로써 권력 획득 기회를 증대시킨다. 문화 자본은 경제 자본, 사회 자본, 상징 자본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왜 그토록 자녀 스펙 쌓기에 공을 들이는 이유를 부르디외의 문화 자본 현상이 잘 설명해 준다. 아빠 찬스를 이용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이들은 때로는 끼리끼리 논문 품앗이도 한다.


    사회 지도층 자녀들이 자본을 획득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다. 부유한 부모가 자녀를 위해 모든 노력을 동원하는데 잘못은 없다. 경쟁 사회에서 계층의 사닥다리에 올라서기 위해 자녀들을 적극적으로 교육해서 논문을 쓰게 하고 학위와 자격증을 따는 것을 희망하고 욕구하는 것이 문제는 아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부모의 재력, 권력, 명예를 이용하여 불법 및 편법을 동원하여 다른 사람의 기회를 박탈하는 문화 자본에 대한 탐욕이 문제이다. 


    사람의 신분 상승 욕구는 자연스러운 인간의 갈망이다. 그러나 꼼수와 편법을 동원하여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행위는 더불어 살아가야 할 누구의 기회와 이익을 침해하는 것으로 우리 사회의 공동선과 정의를 해치는 행위이다. 가진 사람들이 힘으로 자본을 싹쓸이하면 힘없는 약자들은 어디서 파이를 구할 수 있겠는가. 유토피아는 멀리 있지 않다. 각자가 남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고 공정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다 함께 누릴 수 있도록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젊은이들은 능력의 차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계층의 사다리 오르기 경쟁에서 기회를 뺏어가지는 말라는 것이다. 국가는 부자 부모가 자녀들에게 제공해주는 모든 것을 제공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가는 경쟁의 기회가 균등하게 이루어지는 사회를 만들고 모든 사람에게 양질의 교육이 제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의무가 있다. 부모가 돈이 없다고 자녀의 미래 꿈이 사라져서는 안 된다. 

     

    노력한 만큼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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